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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휴먼팩터가 핵심이다

2016.04.25. [디지털산책] VR기술, ‘휴먼팩터’가 핵심이다. 디지털타임스

가히 2016년은 가상현실의 원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우수한 하드웨어와 콘텐츠가 소개되고 있다.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하드웨어의 새로운 소개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먼저 페이스북에 23억불에 인수해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Oculus Rift가 2016년 3월 28일에 첫 배송을 시작한 것을 비롯,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게임 플랫폼인 Steam과 손잡은 HTC의 Vive, 이미 가정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연계되는 PlayStation VR, 오픈소스를 지향하는 Razer사의 OSVR, 가장 넓은 시야각을 자랑하는 Star VR 등 다양한 VR 하드웨어가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아직은 개발자 키트에 머물고 있지만 Totem, Claire 22M, MindMaze VR 등 총 5120 x 1440의 해상도가 지원되는 것부터 시작해 OSVR 호환은 물론아이트래킹 기능과 뇌파를 활용한 콘트롤러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 하드웨어가 2016년에 소개될 예정이다.

컴퓨터로 만들어 낸 가상환경으로 정의되는 가상현실은 말 그대로 가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재현물이 얼마나 현실적이냐에 따라 이용자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가상환경을 구현할 때는 재현된 환경이 심리적 저항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게 최적(optimal)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용자는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정적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다면,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있어 고려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먼저, 기술 지상주의를 버려야 한다. 물론 가상현실을 즐기기 위해 일정 수준의 기술수준을 달성해야하는 것은 모든 조건의 기본이다. 간단하게 가상현실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다이브(dive) 제품의 경우는 스마트폰의 해상도 문제 때문에 가상현실을 맛보기에는 적절한 도구가 될 수 있겠으나, 가상현실을 충분히 즐기기에는 디스플레이의 한계가 너무 크다. 이와 같이 가상현실을 즐기기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단지 해상도와 같은 스펙만 올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기술결정론적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 둘째, 미디어 풍요성(richness)을 높여야 한다. 미디어 풍요성이란 매개된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많은 정보를 얼마나 다양한 단서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미디어의 능력을 의미한다. 즉, 다수의 단서(multiple cues)를 통해 즉각적인 피드백(immediacy of feedback)을 가능하게 해야 하고, 개인화(personal focus)를 통해 매개된 환경이 감각에 제공하는 정보들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성(sensory breadth, 감각적 차원의 수)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깊이감(sensory depth, 감각채널의 정확도)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상호작용성은 가상현실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요한 요소이다. 능동적 행동을 통해 획득되는 다양한 감각이 서로 보완적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인지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데, 가상현실은 바로 이러한 다감각에 의존한 표현 방식을 통해 인간의 지각력을 높임으로써 정보에 대한 감각적 몰두(sensory immersion)를 가능하게 한다. 가상현실이 단지 영상 콘텐츠로만 머문다면 이는 가상현실의 시각적 경험에만 머물게 되지만, 사용자가 시각적 몰입감 뿐만 아니라 손과 몸을 움직이며 가상현실 환경에서 직접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새로운 경험을 통해 그 만족감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로 프레즌스 경험을 증가시켜야 한다. 프레즌스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면서도 이를 느끼지 못하고 마치 내가 직접 그 환경에 있는 것과 같은 또는 직접 무엇인가를 행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의미한다. 프레즌스 경험 정도가 높을수록 마치 내가 가상현실 안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되고, 가상현실에 있는 물체나 대상물들이 내 옆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되며, 공간을 초월해서 멀리 있는 사람이 내 옆에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360도 환경을 경험하며 영상 속에서 전후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위치에 따라 소리의 거리감을 느낄 정도의 세밀함이 필요하기도 하고, 색감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깊이감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똑같은 스펙에서도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휴먼팩터에 대한 이해이다. 휴먼팩터는 사용자의 능력이나 사용자 특징, 한계 등 인간을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 경험(UX)의 중요성은 바로 이러한 휴먼팩터의 구제적 결과물인 것이다. 고작 15그램 무게의 안경을 쓰는 것이 귀찮고 불편해서 라식, 라섹 수술을 하는 지금, 가상현실을 즐기려고 400그램이 넘는 기기를 머리에 씌어 눈을 감싸고, 인간이 갖는 130도의 정상 시야각을 110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기의 시야각에 맞추어야 하고, 수렴과 조절이 불일치된다면 그 불편함은 가상현실이라는 호기심을 넘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이미 3D 영상 콘텐츠의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휴먼팩터의 이해를 통해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단지 유행이 아닌 새로운 산업으로 활성화되기 바란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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