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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 강국을 위한 제언

2016.03.22. [디지털산책] AI, 중장기 육성계획 필요하다. 디지털타임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경기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구글은 이번 대국 기간 동안에만 시가총액이 58조가 증가할 정도로 성공적인 마케팅을 했고, 이세돌 9단 역시 인류를 대표하는 바둑기사로서 명성을 얻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더 중요한 의미는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각인했다는 것이다.

첫번째 대국이 끝난 직후 인터넷에서는 재기발랄한 네티즌들이 우스꽝스러운 예측을 했는데, 서점에서는 ‘이세돌처럼 상상하고, 알파고처럼 실행하라’ 류의 책이 그리고 정부에서는 ‘5년 내, 한국형 알파고 개발’과 같은 기사가 소개될 것이라며 인기를 끌었다. 정부가 유행에 이끌려 무책임한 정책을 남발한 사례가 적지 않음을 상기시키며 인공지능 역시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네티즌들의 우려 섞인 예측은 바둑대결이 끝난 이틀 후인 3월 17일 전격적인 정부발표로 현실화되었는데, ‘지능정보사회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인공지능을 응용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된 것이다.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과 지능정보¸기술 시범 사업 등을 추진하고, 기업에서도 5년간 2조 5천억원 이상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발표를 한 것이다. 미래부는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을 4월에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세기적 대결로 인한 관심으로 앞당겨 발표했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즉각적인 정책 발표가 체계적 과정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의 활용가능성은 이미 소개된 것처럼 의료, 군사, 엔터테인먼트 등 그 확장가능성이 인간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은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초과학이 기반이 되고 학문간 융복합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로써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인간, 데이터, 그리고 프로그래밍은 인공지능 개발의 핵심 기반이다. 이러한 분야에서 차곡차곡 쌓이는 기반기술을 통해 응용산업에 적용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준비는 단지 인공지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인간, 데이터, 프로그래밍에 더해 디자인까지 포함해서 네개 분야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에 따라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웨어러블, O2O 등 앞으로 소개될 서비스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것이다. 먼저 인간에 대한 이해는 모든 서비스에서 가장 기반이 되는 분야이다. 결국 인간이 최종 사용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알파고의 사례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뇌분석을 통해 발견한 인간의 사고체계를 알파고의 네트워크 방식에 적용함으로써 10년 전 딥블루가 초당 200억 개의 경우의 수를 고려한 반면, 알파고는 초당 10만개만으로도 충분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데이터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서, 분석하고, 적용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분야이고, 프로그래밍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최근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빅데이터를 과학 분야로써 연구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시킬지 체계화하고 있으며, 프로그래밍은 2018년부터 고교 정규 과목으로 다루고, 대학에서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프라임 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인력을 육성하려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은 최종 사용자인 인간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미적 감흥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모든 서비스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효과성과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적 반응이다. 기능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긍정적 태도를 형성할 수 있는 감성적 소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를 사용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네번째 대국날인 13일에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은 대국장을 방문하여 "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된다면 우리도 인공지능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미래 먹거리 산업을 고려해서 이야기 한 것인지,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하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단기적으로 응용 분야에 대한 산업발전도 고려해야겠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 연구 분야를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치밀한 중장기적 진흥육성계획이 필요하다. 정치정략적 접근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혜안이 필요하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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