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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매스 미디어와 선거

2012.04.18. [디지털 산책] 개인-매스 미디어와 선거. 디지털타임스

4월 11일 총선이 끝났다. 총선에 대한 많은 분석을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정치 분석 못지않게 중요한 분석대상이 바로 미디어이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이용되기 전에도 방송의 영향력이나 특정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을 얘기하긴 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또 다른 이슈를 쟁점화 한다. 이전의 매스 미디어 시대와 대립되는 위치에 있는 개인 미디어가 그 주인공이다. 개인 미디어는 디지털 시대에 특히 그 위력을 실감하게 되는데, 어느 누구든지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를 무한 복제해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쿠텐베르크의 활자 혁명에 비견할 수 있는 미디어혁명이라 칭할 수 있다. 사실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모바일 미디어의 사용이 확신되면서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라는 디지털 미디어 혁명은 오래 전부터 연구자들이 언급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단지 이론적인 가능성만으로 나타났을 뿐 실제 성공사례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로소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 보궐선거에서 ‘나꼼수’ 열풍이 불며 개인 미디어가 언론과 방송과 같은 매스 미디어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한 후, 팟캐스팅이나 SNS와 같은 개인 미디어에 대한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개인 미디어는 매스 미디어와 달리 공정성, 공영성, 공익성 등과 같은 방송이나 언론이 갖아야 하는 방송법과 언론법 그리고 도덕적 책무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편향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표현 방식들이 자유롭게 사용된다. 따라서 개인 미디어를 통해 이용자는 매스 미디어에서 경험하지 못한 비주류 정보와 한결 느슨하면서도 재미있는 정보에 대한 노출이 가능하게 되고,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을 통해 자신의 태도나 가치관과 유사한 정보를 더욱 신뢰하고 따르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는 재강화 효과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재강화 효과는 개인들을 극단의 편향성을 띄게 하여 신념과 가치에 따라 한쪽으로 편향되게 하는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하게 되고, 개인 미디어는 '유유상종 미디어'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극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침묵의 나선형(spiral of silence) 이론에 따라 다수의 사람들에 의한 고립에 대한 공포로 침묵하게 되게 된다. 이러한 관계가 지속되다 보면 사적 정보 중심의 개인 미디어가 공적 가치와 연계될 때, 제공되는 정보가 사실이거나 또는 사실로 인지될 때(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것으로 판단될 때 매스 미디어가 가진 의제설정력과 여론형성력을 갖게 된다.

개인 미디어가 발휘하는 정치적 영향력이 중요한 이유는 두가지이다. 먼저 개인 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 그리고 이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갖는 것은 개인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의제가 매스 미디어에서 다루어지게 되는 역의제 형성 영향력이다.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현재 트위터 이용자는 약 6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이번 선거 약 4천만 유권자의 15% 가량 된다. 그렇다면 약 600여만명의 이용자 가운데, 미성년자와 등록만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를 제외한다면 적극적 사용자는 아무리 많이 잡아야 전체 유권자의 10%가 채 되지 않을 것인데 이들에 대해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유권자 수에 비한다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더욱 중요한 점은 역의제 설정이다. 신문과 방송과 같은 매스 미디어가 중요하다고 보도하는 주제(미디어 의제)가 대중에게 중요한 주제(공중의제)로 인식하게 되는 결과를 일반적인 의제 설정으로 보는데, 역의제 설정이란 개인 미디어가 전하는 의제가 중요시 판단되어 매스 미디어가 이를 받아서 다시 개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지난 10월 26일 보궐선거에서는 개인 미디어에서 터뜨린 의제들을 언론이나 방송에서 재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매스 미디어가 자체적인 의제들을 형성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주로 하여 개인 미디어에서의 주요 의제와 매스 미디어에서의 주요 의제가 상충되었고, 결국 투표권자들은 매스 미디어에서 제공한 의제들을 더욱 중시하여 투표를 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특히 정치권에서 개인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개인 미디어가 영향력이 있는가 없는가의 논쟁에 그친다면 이는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으로 평가되는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 개인 미디어의 이용을 촉진하여, 대중들의 의견이 미디어 의제로 형성됨과 동시에 정책의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수 있게 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기술적 기반이 바로 개인 미디어에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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