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 프로그래머와 인문사회과학

March 30, 2017

2017.03.29. 4차산업혁명 주인공 ‘코딩과 인문학’. 한경비즈니스 

 

조직관리론의 역사가 된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맥그리거(Douglas McGregor)의 X-Y 이론은 지금도 인간 유형에 대한 중요한 쟁점을 제공한다. 그 유명한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인간 욕구단계설 분석을 통해 높은 수준의 욕구에 기반을 둔 Y이론을 제시한 맥그리거는, 리더는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인간관에 기반을 두어 조직원에게 고차원적인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도록 더욱 명확하고 큰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개인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인간의 본성이 오락이나 휴식처럼 일을 즐기려 하고, 스스로 목표를 향해 전념하며, 사회적 욕구나 자아실현 욕구가 중요한 동기임을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의 인재상도 바로 Y이론에 기반을 둔 인재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 산업화와 정보화를 뛰어 넘는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 혁명 시대인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인재상과 정보화 시대의 인재상이 다르듯이, 정보화 시대의 인재상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가 올 미래는 인간 개개인의 창의성에 기반을 두어 이미 잘 발달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핵심 가치로 삼아야한다. 


이런 음직임의 일환으로 대학도 학과를 재조직하고, 교과 과정을 새롭게 개편하는 등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 인문학의 역할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공학과 인문학 간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은 하나의 학문 분야만을 연구해서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 분야와 같은 소프트웨어 비전공 학생을 융합 인력으로 키운다는 목표로 소프트웨어 복수전공 또는 부전공 프로그램 선도대학을 선정하기도 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와 인문과 사회 그리고 예술분야 등 학문 간 융합 촉진을 통한 미래 소프트웨어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개방형 ICT 융합 과정 선도 대학을 뽑아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융복합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미래를 대비하는 적절한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뤄나갈 수 있는 준비과정으로, 서로 다른 전공들을 잘 융합하면서 자기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려는 시도는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소프트웨어 기반 융복합 사업 추진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가는 몇몇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가령, 현재 인문학 경시 풍조가 만연한 우리나라 환경에서 테크놀로지와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적일까? 인문학 관련 학과는 폐과 내지는 통합화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또한 비전공자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인문학 또는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소프트웨어 강좌를 6개월에서 1년을 배운다고 이들이 융합을 이해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 

 

그러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증유(未曾有)의 길을 걷는 우리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먼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대한 해결책을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code.org의 사례를 통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2012년 8월에 설립되어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인 code.org는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함을 주창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실천적 내용으로 컴퓨터 수업이 수학과 같은 수업처럼 개설되어야 함을 짧게는 향후 5년, 길게는 17년 뒤에 미국 사회가 직면할 다양한 상황을 통계자료를 통해 설득하고 있다. 


code.org는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데 성별이나 인종, 지역이나 소득수준 등을 구분하지 않는 다양성의 가치를 근간으로 코딩을 익혀야 하며, 코딩이 필수 과목이 되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code.org가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단체의 공동 설립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IT 산업 분야의 유명인사인 패르토비 형제(Hadi and Ali Partovi)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수의 창업과 스타트업 투자를 성공한 기업가이자 투자가인데, 이들이 코딩 캠페인을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IT관련 회사들과 아마존의 CEO인 베조스(Jeff Bezos)와 페이스북의 CEO인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고, 대중적으로도 유명 연예인들이 함께 참여하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특히 ’하루에 코딩 한 시간하기(hour of code)’ 홍보 동영상에 빌 게이츠(Bill Gates) 같은 IT 거물이 출연하기도 했는데, 2013년 12월에는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까지 등장하면서 코딩교육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인식시켰다. 이후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각종 인터뷰와 연설을 통해 "모든 미국 학생들은 코딩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하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컴퓨터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를 위해기금 40억 달러(약 4조 4천억 원)를 조성하겠다고 2016년 연두교서에서 밝힌 바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까지 컴퓨터학과 관련된 새로운 노동 수요가 120만개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코딩 교육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code.org의 노력의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 단체가 시행하는 ’하루에 코딩 한 시간하기(hour of code)’ 캠페인에 참여하는 지역이 비단 미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코딩교육이 범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과 우리의 미래가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현재 코딩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유럽 그리고 호주와 인도, 브라질 그리고 중국의 대도시 들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 등 전 세계적인 흐름을 보인다. 그 중에서 미국과 유럽에서의 활동이 가장 뚜렷한데, 현재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IT 관련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코딩교육으로 그 위상을 다음 세대까지도 유지해갈 가능성이 큼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게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소개했는데, 그 핵심은 더 이상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 과정으로 바뀐다는 것과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지정한 것이다. 2018학년도부터 고등학교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어지고, 초등학교에서는 17시간을 실과 과목의 일부로, 중학교에서는 34시간을 '정보'라는 이름의 독립 필수과목으로 코딩 교육을 하게 된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은 일반선택 과목으로 채택됨으로써, 앞으로는 모든 학생이 코딩을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다. 2011년 3월. 새롭게 출시되는 아이패드 2를 소개하며 발표의 마지막에 남긴 스티브 잡스의 기념비적인 명언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하게 됐다. “테크놀로지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테크놀로지는 인문학과 함께 할 때에서야 비로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 말은 공학적 관점과 하드웨어 기반의 테크놀로지 발전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그의 대학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철학을 전공했다. 비록 한 학기 만에 중퇴를 하기는 했지만, 중퇴 후에도 많은 교양 수업을 청강하며, 특히 서체(calligraphy) 공부에 몰두했다. 후에 잡스는 회고하기를, 첫번째 매킨토시를 만들 때 그렇게 유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보이게 된 계기가 바로 대학 때 배운 서체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인문학과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람이다. 하바드 대학교에 재학 중 그의 전공은 컴퓨터 과학과 심리학이었다. 정신과 의사인 그의 어머니의 영향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심리학을 전공한 이유를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갖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라 말하며 사람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배경을 통해 저커버그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임을 알게 되고, ‘보다 열려있고, 서로 연결된 세상을 만든다(making the world more open and connected)’라는 미션을 갖는 페이스북을 만들게 된 것은 아닐까?

 

초연결, 초인공지능의 시대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산업 각 분야에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닌 창의, 협업, 도전, 윤리와 같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태도와 행동이다.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창의, 지식을 더욱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협업, 지식을 활용해서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어보려는 도전, 지식을 활용하되 인간을 위한 결과물이 나와야 함을 배우는 윤리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가치는 삶의 다양한 경험과 인문사회학적 교양이 충분히 함양되어야 성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시대 가치는 코딩이라는 재현물을 통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앞으로 모든 학생들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과학기술에 대한 학습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프로그래머이고 인문사회과학이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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