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 2.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바라 본 원자력
2012.09.17. 2.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바라 본 원자력. 원자력문화재단
개인이나 조직에게 위기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가능한 피하고 싶지만 언제든 발생 가능한, 그리고 일단 발생했다 하면 그 파급력이 작지 않은, 그래서 개인이나 조직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위기는 그 정의가 다양하지만, 인적, 물적 손실은 물론 명성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언제 닥칠지 예견할 수 없는 사건을 의미한다.
위기가 발생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한 조직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의 속성에 따라 위기의 발생 가능성 수준은 달라진다. 조직 내 구성과 커뮤니케이션, 경쟁 등 조직의 내적 요인이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조직 외부에서 발생될 수 있는 전혀 예기치 않은 통제 불가능한 요인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위기관리에 관한 유명한 연구자인 쿰스(Coombs)는 위기의 속성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예측성, 사건의 중대함, 그리고 피해로 정리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방지 또는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을 위기관리라고 하는데, 위기관리는 위기 사건을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고, 발생 후에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와 관련된 원자력 이슈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사실 원자력 이슈는 그 자체가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그래서 언제든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이슈이다. 이는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생하는 영역이 아니라, 언제든지 위기가 발생한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영역임을 의미한다. 원자력이 갖고 있는 속성은 언제든지 닥칠 수 있지만 언제인지는 예측할 수 없는, 그리고 한번 발생되면 비견할 수 없이 큰 문제를 발생시키며 엄청난 피해를 갖고 오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력은 항상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분야인 것이다.
원자력 관련 위기는 곳곳에서 발생한다. 9월 16일 월성원전 1호기 고장, 8월 23일 울진원전 1호기 발전 정지, 7월30일과 31일에 발생한 영광원전 6호기와 2호기 고장, 7월 16일 월성원전 1호기 고장, 6월 17일 신월성 원전 1호기 시운전 중 고장 등 원전 고장 관련 사건과 삼척 원전 부지 반대 등은 원전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그리고 지난 7월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납품비리와 뇌물수수 구속 등은 국내 원자력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의 명성에 손상을 준 그리고 더 나아가 원자력 안전 운영에 대해 의심을 품게 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납품비리는 곧 부적절한 원자재 납품을 의심하게 하고, 이는 가뜩이나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원전 자체에 대한 위기이자,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에 대한 위기가 동시에 발생된 것이다.
언급했듯이 이러한 위기는 미연에 방지해서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전략은 신속성, 일관성, 그리고 개방성을 들 수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정보를 가능한 빨리 제공함으로써 원자력에 대한 불안을 감소 또는 해소시켜야 한다. 문제는 신속한 정보제공을 할 때 부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정보제공이 갖고 있는 장점은 루머나 추측이 가져오는 정보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의 통제력 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일관성은 모순적이지 않는 일치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관성은 정보와 조직의 신뢰성과 관련되어 조직이 전달하는 정보를 미디어와 대중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결정짓는다. 마지막으로 개방성은 정보의 공개를 의미한다.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전달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의 행위를 지양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사건이 발생했고,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통제할지 등을 궁금해 한다. 물론 어떤 수준까지 정보를 개방할 것인가는 위기관리의 핵심 요소이다.
원자력 이슈의 핵심은 위기관리이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는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위기 징후 탐색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고, 위기관리 전략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반복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기 확산을 최소화해야 한다. 상시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원자력 이슈를 바라봐야 한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