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뉴스와 디지털 리터러시

April 17, 2017

2017.04.10. [시론] 페이크 뉴스와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타임스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은 1935년에 출판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이란 글에서 디지털 시대의 정보가 어떻게 생산되고 확산되는지 놀라운 예측을 보여준다. 비록 그가 말한 기술복제는 당시 포디즘을 통한 대량생산을 의미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기술에 대한 그의 통찰은 디지털 시대의 현상을 포괄한다.

 

벤야민은 기계 복제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이 일시성과 반복성을 얻는 대신 일회성과 지속성의 결합에서 비롯되는 근원성(aura: 오리지널리티)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디지털 기술이 갖는 특징을 정확히 설명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정보 복제가 어떤 의미와 영향력을 갖는지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최근 페이크 뉴스의 심각성이 법적 쟁점으로 다루어질 정도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페이크 뉴스는 특정한 목적, 즉 독자에게 영향력을 주기 위한 의도되고 조작된 거짓 정보를 의미한다. 페이크 뉴스는 조작된 뉴스의 의도적 생산과 복제를 통한 재생산 그리고 광범위한 확산이라는 세가지 과정을 통해 사회적 문제가 된다. 벤야민이 말한 것처럼, 그 근원성이야 어찌됐든 일회성의 정보를 계속 생산함으로써 가치있는 정보로 유통시키고, 이를 읽는 독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그 정보를 해석하고 재생산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정보의 확산을  돕는다.  

 

부정적인 영향력 면에서 보았을 때, 페이크 뉴스 문제가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언비어다.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을 뜻하는 유언비어는 인류의 역사에서 늘 있어 왔다. 정치학자인 레이몬드 바우어와 데이비드 글래처는 1930년대 소련 시민들이 소문에 의존하게 된 과정을 연구하면서 공식적인 뉴스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문이 강력했음을 밝힌 바 있다. 언론사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또한 ‘루머 심리학’의 저자인 니콜라스 디폰조와 프라샨트 보르디아는 소문은 "어떤 집단이 모호한 상황에 빠졌을 때 그 상황을 설명하려는 집단적인 노력"이라고 정의한다. 모호한 상황은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한다. 유언비어의 원인을 불확실성으로 보는 것이다. 결국 유언비어는 불확실성과 정보원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크 뉴스는 복제의 속도와 영향력이 그 어떤 시대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때문에 그 심각성이 중대하다. 지금과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강력한 복제의 힘으로 뉴스는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됨으로써 그 영향력이 확산된다. 특히 정치 문제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명확한 독자는 ‘선택적 노출’을 통해 자신의 태도나 가치관과 유사한 정보를 더욱 신뢰하고 따르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는 ‘재강화 효과’를 갖게 된다.

 

이때 정보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신문에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인터넷에서 봤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신문이 어떤 신문이고, 내가 본 웹사이트가 어떤 사이트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내 생각과 일치하는 것을 찾았으니 마음이 평화로워 지고, 내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이 더 생긴다.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뉴스때문에 불안하고 기분 나빴던 내적 불안 상태인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해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강화 효과는 내적 확신과 더불어서 개인들을 극단의 편향성을 갖게 하여 신념과 가치에 따라 한쪽으로 편향되게 하는 ‘집단 극단화’ 현상을 만든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은 적으로 돌리고, 내 생각과 동일한 경우에만 소통을 하고 그룹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극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된다. 이것이 바로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다. 명확한 태도를 설정하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은 고립에 대한 공포로 침묵하게 되는 것이다. 침묵하는 다수는 불확실성과 혼돈 속에서 어떤 정보가 사실인지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지인이나 선호하는 미디어에 의존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설정하게 된다. 이렇게 페이크 뉴스는 인간의 판단 과정 전반에 관여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며, 잘못된 태도를 형성하고 행동을 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페이크 뉴스는 의도적으로 조작된 거짓 정보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그 악의성이 심각하다. 페이크 뉴스는 대부분의 정보가 그렇듯이 자가발전을 한다. 처음에는 텍스트가 문제였지만, 교묘한 편집을 통한 동영상이 점차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페이크 페이지가 골칫거리이다. 가령, 지금 독자가 보고 있는 신문인 ‘디지털타임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디지털타임즈'라고 마지막 글자만 살짝 바꾼 채 로고나 디자인 등을 거의 유사하게 보여주는  식이다. 그러면 무의식 중에 사람들은 ‘디지털타임스'에서 본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식이다.

 

페이크 뉴스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페이크 뉴스를 어떻게 필터링할 것인가는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됐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법률적 제재를 생각할 수 있지만,  뉴스는 언론의 자유와 관련되므로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거나 팩트체킹 전문기자를 통해서 뉴스의 진위를 밝히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똑똑한 독자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낸 정보가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정보가 가치있는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력과 비판적 사고력 등을 의미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유이다. 뉴스 생산자와 유통자 그리고 소비자 모두의 사실을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동훈(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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