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기업벤처부에 대한 기대

July 26, 2017

2017.07.25. [디지털산책] 과기정통부 - 중소벤처부에 대한 기대. 디지털타임스

 

정부조직 개편은 정권의 철학과 비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과거 정부를 살펴보면, 문민정부는 정보통신부를 신설해서 우리나라가 현재의 IT강국으로 부상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어 국민의 정부는 여성 권익 신장과 양성 평등을 구체화하기 위해 여성부를 만들었고, 참여정부는 과학기술혁신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부총리 자리를 신설해 과학기술부 장관이 겸임하도록 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박근혜 정부는 창조 경제를 실현할 미래창조과학부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어언 70여일만에 18부 5처 17청 체제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기업벤처부이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의 시대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혁신 산업을 총괄하는 이 두 부처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공룡부처였던 미래창조과학부가 그 역할을 온전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이 탄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예상과는 다르게 명칭변경에 그친 것은 의외였다. 그리고 중소기업과 벤처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중소기업벤처부의 탄생은 두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의 신설, 통합, 폐지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다르고, 시대에 따른 변화의 흐름을 따르거나 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벤처부의 신설은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소기업육성정책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로는 99% 그리고 종사자 수로는 88%를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차관급 청단위에 머물러 법안 하나 발의할 수 없는 속빈 강정이었다. 일자리창출과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늘 대기업에 밀려왔다. 이전 정부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 경제 실현을 위한 구체적 과업으로 벤처창업 또는 스타트업 기업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제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별로 투자담당 대기업을 선정해 관리하는 등 대기업 투자에 집중한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중소기업벤처부는 더 이상 정책수행기관에 머무르면 안된다. 벤처와 창업은 이제 선택과 아닌 필수이며, 건강한 창업생태계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경제를 만드는데 핵심이 된다. 그러나 중소기업벤처부의 권한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첩되거나 견제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33번째 국정과제는 ‘소프트웨어 강국, ICT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이며 주관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되어 있다. 이는 경제 분야 5번째 전략인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성장’과 중첩되는 내용이다. 국정과제 주관 부처간 갈등과 책임 문제가 발생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과거 연구개발과 관련하여 약 20조원에 가까운 예산 중 중소기업청 소관의 중소기업전용예산이 1조원 수준에 불과했는데, 유사 업무로 인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속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 정부마다 달랐는데, 전신 과학기술처에서 1998년 2월 국민의 정부에서 최초로 부로 승격되었다. 근대화의 상징으로 독립된 과학기술 행정부처를 만든 것이 1967년이었으니 30여년만의 격상이었다. 이어 참여정부에서는 과학기술부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켰다. 이는 각 부처별로 흩어진 기술개발정책을 총괄해 경제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단기적인 해법에 급급하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폐합을 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전담 부처 이름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다루는 독임부처가 탄생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기본 정책을 수립하고 기술 협력과 과학기술 진흥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부처의 위상은 재정립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그 아래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한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과학기술 정책은 장기적이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하기에 교육이나 산업 관련 부처와는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 관련 부처는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관리하고 조정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설립되지 못한 점이 비록 아쉽기는 하지만,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연구개발의 전문성과 독립성 그리고 범정부 연구개발 예산 권한 대부분을 갖고 본부장은 국무회의 참석까지 가능하다니 막중한 책무가 주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비록 차관급이지만 범정부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참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보자. 197쪽으로 구성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총 73회 등장한다. 우리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실체 없는 개념에 많은 시간을 쏟은 바 있다.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주창한 창조 경제라는 말을 받아들였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개념은 201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석좌교수가 ‘허튼소리(bullshit)’라고 할 정도로 불명확하고 구체성이 떨어졌다. 개념이 모호하면 정책 판단에 방해가 된다. 정책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 설정이 불가능하고 선택과 집중은 실패한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정의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두말할 나위없이 혁신을 통한 기술경쟁력은 세계 경제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혁신을 통한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정부 부처의 역할을 막중하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고, 민간 관점에서 불요불급한 규제는 철폐하며, 민간 중심의 혁신 산업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튼튼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정보통신 국가가 되는데 정보통신부의 역할이 컸던 것처럼 ,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부처개편이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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