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로봇의 의인화와 윤리 문제

August 21, 2017

2017.08.16. [테크 트렌드] "복사기를 발로 차면 '로봇윤리'에 어긋날까" 한경비즈니스


 

독자 여러분께서는 다음의 두 장면을 유튜브에서 직접 시청하시거나, 여의찮으면 상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장면 1. (유튜브 키워드: Office Space - Printer Scene)

1999년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오피스 스페이스(Office Space)’.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남자 주인공 피터. 반복되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상사는 꼴도 보기 싫고, 직장 동료들의 모습에 짜증이 나며, 사무실은 늘 답답하다. 게다가 툭하면 고장나는 팩시밀리. ‘이놈의 기계마저 나를 짜증나게 하다니…’ 결국 직장 동료 두명과 함께 퇴사를 하는 피터. 회사 출근 마지막 날 그들은 그동안 잦은 고장으로 짜증을 나게 했던 팩시밀리 한대를 갖고 나온다. 장면이 바뀌어 넓다란 벌판. 팩시밀리는 내동댕이 치고, 마치 갱스터의 모습을 한 이들은 팩시밀리를 발로 차고, 야구 방망이로 마구 부순다. 심지어 사람의 얼굴을 치듯 팩시밀리를 주먹으로 후려치기까지 한다. 산산조각난 팩시밀리. 그리고 그들은 그 자리를 떠난다. 통쾌한 모습으로.

 

장면 2. (유튜브 키워드: Robot gets hilariously abused)

로봇 개발로 유명한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는 2015년형 4족 보행 로봇인 스팟(Spot)을 공개했다. 스팟이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천오백만회나 재생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영상에서는 스팟이 사무실과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는데, 제대로 균형을 유지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직원들이 발로 스팟을 차거나 힘껏 밀기도 한다. 추운 겨울인데 마치 훈련을 받듯이 스팟은 언덕을 계속 오르락 내리락하고, 사람과 함께 뛰기도 한다. 2016년에 소개된 인간 모형을 한 2족 보행 로봇인 아틀라스(Atlas) 동영상도 현재 2천 2백만회나 재생됐을 정도로 큰 인기다. 아틀라스는 추운 겨울산을 뒤뚱거리며 걷는데, 눈덮인 산길이 불규칙적이라서 걷다가 곧 넘어질 것 같은 모습이다. 창고에서는 4.5kg 무게의 박스를 정리하는데, 아틀라스가 박스를 제대로 들지 못하게 직원이 방해를 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틀라스가 넘어졌을 때 제대로 일어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커다란 막대기로 아틀라스의 등을 힘껏 밀어서 넘어뜨린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혹시 위의 두 장면을 보면서(또는 상상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알아차리셨는지 모르겠지만, 위의 두 장면은 기계를 괴롭히는(?) 두 장면을 비교한 것입니다. 첫번째 장면에서는 팩시밀리를 두들겨 팼고, 두번째 장면에서는 4족과 2족 보행 로봇을 발로 차거나 밀어 넘어뜨렸습니다. 첫번째 장면은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는 모습입니다. 복사를 하다가 종이가 걸리면 복사기를 두드리면서 종이가 잘 나오게 시도를 합니다. 프린트를 할 때 색깔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으면 프린터를 힘껏 흔들기도 합니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모니터를 툭툭 쳐보는 것이죠. 독자 여러분께서는 혹시 이렇게 기계를 두드릴 때 마치 사람을 때리는 것처럼 감정의 동요가 있는지요?

 

두번째 장면은 실생활에서는 경험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로봇이 보편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멀리 갈 것 없이, 장난감 로봇을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로봇 강아지의 예를 들어볼까요? 소니가 만든 아이보(Aibo)를 비롯해서, 와우위(WowWee)의 칩(CHiP), 스핀마스터(Spin Master)의 줌머(Zoomer),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인 앙토가 만든 제로미는 인공지능형 로봇강아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로봇강아지는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해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그에 맞춰 대화도 하고 움직이기도 합니다.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스다듬어 주면 좋아하며 웃기도 합니다. 그러면 앞에서 한 질문을 다시 한번 해볼까요? 독자 여러분께서는 혹시 이런 인공지능형 로봇강아지를 누군가 때리거나 흔들면서 험하게 다룬다면 앞선 팩시밀리나 복사기의 예처럼 아무런 감정의 동요없이, 말 그대로 기계를 다루는 것과 같은 똑같은 감정이 들까요?

 

2015년과 2016년 스팟과 아틀라스가 동영상을 통해 소개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놀라운 기능으로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동시에 스팟과 아틀라스가 불쌍하다며 로봇에게 이런 잔인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로봇에게 잔인한 짓을 하지 말라는 사이트(http://stoprobotabuse.com)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CNN이나 포춘(Fortune), 뉴요커(the New Yorker) 등 유수의 방송과 언론에서 이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동물을 닮은 또는 사람처럼 서있는 로봇에게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 걸까요?

 

개를 닮은 로봇을 발로 차거나,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을 괴롭히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일까요? 최근 로봇과 관련해서 로봇 윤리 이슈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로봇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산업용 로봇을 떠오르지만, 최근에는 인간과 정서적인 측면에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소셜 로봇(social robot 또는 social bot)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IFR)은 로봇을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소셜 로봇은 서비스용 로봇에 포함되며 인간과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반려 로봇(companion robot)이라고도 합니다.

 

인공지능 소셜 로봇은 인간의 규범과 윤리, 그리고 가치를 이해하는 로봇으로 사람의 행동에 감성적으로 반응하여 인간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인간과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그러나 소셜 로봇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떤 형상을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챗봇(chatbot)처럼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와 채팅을  하는 로봇도 가능하고, 아마존의 알렉사(Alexa), SKT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그리고 네이버의 아미카와 같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역시 소셜봇의 한 형태입니다. 인간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면 소셜 로봇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형상화된 소셜 로봇의 경우 윤리의 문제가 특히 더 고려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와 친숙한 모습으로 만들어질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합니다. 이러한 로봇은 크게 휴머노이드(humanoid)와 안드로이드(android)로 나눕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형태를 한 로봇입니다. 인간의 신체와 유사하게 만들어 인간의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죠. 앞서 ‘장면 2’에서 예를 든 아틀라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어  휴머노이드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쉽게 말해 인조인간입니다. 외모는 물론 동작이나 지능까지도 인간과 거의 같습니다. 영화에서 많이 봤지만, 실제로 그와 같이 구현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보는 사람 모양의 로봇은 모두 휴머노이드입니다.

 

휴머노이드는 종교나 철학, 예술 분야에서 얘기하는 의인관(anthropomorphism)의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의인관이란 인간이 비인간적 실체에 인간의 성격이나 감정, 의도 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소셜 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행동을 따라하며, 인간이 갖는 성격을 갖고, 인간처럼 생각한다면, 그 로봇은 인간처럼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 어렵다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을 생각하면 됩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몬티는 우리 가족입니다. 잘때는 아빠와 엄마 사이에 눕습니다. 식사 시간에는 식탁 밑에서 함께 식사를 합니다. 텔레비전을 볼 때는 소파 밑에서 또는 소파 위에서 함께 앉아 있기도 합니다. 몬티는 인간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인간의 행동을 하지도 않으며 더더군다나 인간처럼 생각하지도 않지만, 넘치는 애교와 귀여움으로 사람처럼 함께 생활합니다. 아프거나 죽는다면 정말 가족의 그것과 똑같이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반려로봇이라고까지 부르는 소셜로봇은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까요?

 

2016년에 수행된 맥서스 글로벌(Maxus Global)의 발표에 따르면, 남성성이나 여성성과 같은 사회문화적 성별을 가진 로봇 가운데 56%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법률 봇은 100% 그리고 대다수의 금융 봇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 마이크로소프트의 콘타나(Cortana), 아마존의 알렉사(Alexa), 애플 시리(Siri) 등 음성 비서의 목소리는 모두 여성입니다. 삼성 빅스비(bixby) 음성은 국내의 한 여성 가수가 맡기로 했다가 여성과 남성 목소리를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컴퓨터 음성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따듯하게 들리고, 사랑을 속삭일 때 적절하며, 남성의 목소리는 무언가를 배우는데 더 선호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인간에게 더욱 친숙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목소리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와 같이 인간에게 최적화된 음성 서비스까지 적용된다면 의인화 정도는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로봇의 의인화가 사회적으로 일반화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멉니다. 일본의 모리 마사히로(Masahiro Mori) 교수가 이미 1970년에 주장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극복하는 것은 가장 큰 숙제일 것입니다. 로봇이 점점 더 사람의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 바로 불쾌한 골짜기입니다.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뚝 떨어지는 그 모양을 골짜기로 표현했습니다. 이 골짜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로봇의 외모와 행동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행태를 인간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호감도를 갖게 되지만 정교화되면 될수록 인간의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대치가 일치되는 로봇이 만들어지면 호감도는 다시 증가하게 되고, 결국 인간이 인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수준까지 접근하게 됩니다. 의인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로봇은 복사기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로봇은 생명체가 아닙니다. 그저 기계일 뿐입니다. 당연히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인간의 관점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내가 그렇게 인식(perceive)하고 느낀다면(feel)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인간의 태도와 믿음 그리고 가치관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개나 인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스팟과 아틀라스를 통해서도 어떤 사람은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일부이지만… 로봇을 의인화하게 되면 로봇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동물학대 보다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동물과는 결혼을 할 수 없지만, 로봇과는 결혼은 물론 성관계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시민법과 로봇세, 그리고 로봇 의인화까지 로봇이 우리의 일상에 들어오면서 편리함과 함께 고민거리도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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