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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미디어로 재탄생하는 극장

2017.09.13. [테크 트렌드] “영화관의 미래를 알려면 한국 극장에 가라”. 한경비즈니스EndFragment

2017년 6월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세계적 투자 운용사인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미국 오프라인 쇼핑몰의 20% 이상이 향후 5년 이내에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이런 예측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손 안의 모바일 기기로 손쉽게 쇼핑을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서는 쇼핑몰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지만, 한편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몇 가지 생존 방법을 제시한다. 기존 쇼핑몰이 옷을 입어보고 구매하는 쇼핑을 주목적으로 하는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쇼핑보다는 특별한 체험과 활동을 가능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으로는 경험하지 못하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음식과 오락을 꼽고 있다.

미국에서 대형 쇼핑몰이 서서히 저무는 시장이라면, 우리나라는 이제야 대세가 되어가는 시장이다. 복합쇼핑몰이라는 이름으로 백화점을 포함해서 대형마트와 식당 그리고 극장까지 한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다. 쇼핑은 기본이고 문화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원스톱 라이프 스타일을 구현 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여기에는 소매시설과 식음료시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가 고루 발전해 있지만, 쇼핑몰로 이끄는 주요한 동력은 역시 먹고 즐길 수 있는 음식과 오락이다.

우리나라 쇼핑몰에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는 역시 극장을 꼽을 수 있다. 이제 극장은 단순히 깜깜한 공간에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는 곳으로 정의하기 곤란할 정도로 다양한 몰입형 기술을 적용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극장은 영화 ‘슈렉’과 ‘쿵푸팬더’의 제작자인 제프리 카젠버그가 “영화관의 미래를 알려면 한국의 극장에 가라”고 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요즘 극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몰입형 기술을 소개하면, 먼저 아이맥스(IMAX)를 들 수 있다. 캐나다의 아이맥스사에서 만든 극장시설인 아이맥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커다란 스크린이다. 아이맥스의 스크린은 평면이 아닌 특수 곡선 형태로 설계된 `커브 스크린`으로 만들어져서 관객의 시야 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효과를 지닌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 영역을 시야각이라고 말하는데, 인간의 시야각은 수평으로 최대 180~200°, 수직으로 최대 100~130°의 시야각을 갖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눈에 꽉 차면 찰수록 그만큼 몰입감이 높다고 한다. 머리에 쓰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가 가장 큰 몰입감을 주는 이유가 바로 눈이 다른 정보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영상에 몰입하도록 눈을 가리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아이맥스는 몰입을 가능하게 만드는 넓은 시야각을 제공한다. 일반 상영관 시야각이 54도인데 비해서 IMAX관의 시야각은 평균 70도로 그만큼 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스크린이 크다는 의미가 하나의 영상을 무작정 크게 늘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이맥스는 자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와 아이맥스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인 DMR을 통해 매 프레임의 수백여 가지 세부 사항을 개선하여 자연의 색을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영화 제작자와의 협력을 통해 영화 전체를 리터칭함으로써 제작자가 의도한 내용 그대로 이미지를 재현하고, 이를 통해 관객은 영상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일반 영화관이 한 개의 프로젝터로 출력하는 데 비해 아이맥스는 두 개의 프로젝터로 기존의 색조 대비 약 40% 그리고 밝기는 60%가 더 보강된 영상을 제공하니 당연히 보는 즐거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은 몰입감은 단지 눈으로만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맥스는 일반 스피커 대비 열 배의 사운드를 낼 수 있는 고출력 스피커를 통해 영화관 전체에 균일한 음량을 전하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서든 최상의 음향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아이맥스 레이저관이라고 해서 가로 31m, 세로 22.4m의 멀티플렉스 사상 최대 크기 스크린과 고해상도 레이저 영사기가 도입된 특별관이 우리나라에 설치되기도 했다. 음향 면에서도 기존의 6채널 오디오 시스템에 천장 4채널, 벽면 2채널 총 6채널을 추가한 12채널의 사운드를 제공하며 눈과 귀를 호강시킨다.

아이맥스가 눈과 귀를 자극한다면, 4D 영화관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3D 영화가 학계나 업계에서 모두 통용되는 용어인데 반해, 4D는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는 불분명한 의미를 지닌 단어이다. 원래 의미로는 3D 영화에 더해 물리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4D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2D 영상에서도 물리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면 이를 모두 4D라고 칭한다. 즉, 보고 듣는 것에 더해 몸으로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는 영화와 차별점을 지닌다.

4D 영화관에서는 영화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물이 튀고, 바람이 불며, 안개가 끼는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4D 효과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영화가 완성되고 극장에 상영되기 전에 전문 에디터들의 작업을 거치게 된다. 영화의 스토리텔링 과정에 적절히 어울리도록 4D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장면을 선정하여 어떤 효과를 넣을지 결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기획된 효과들이 실제 구현 될 수 있도록 4D 장비에 기술을 적용하고 그 후에는 영상과 효과가 정확히 일치하는지 테스트 과정을 진행한다. 그동안 후각을 자극하는 향은 4D 효과를 구현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였다. 향을 뿜어내기는 쉽지만, 이를 없애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향을 발산한 후에 바로 공기를 직사하는 방식으로 향을 흩뿌려 후각적 자극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높은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는 영화관이 소개되었는데 스크린X(ScreenX)가 그 주인공이다. CGV와 카이스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다면(多面) 상영시스템’인 스크린X는 정면과 좌우 벽면까지 확대해서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촬영, 편집 등 제작 과정에서 깊게 관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3면 스크린을 고려하는 것이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국내 영화는 그나마 가능한 이야기지만 해외 영화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몇몇 해외 영화의 경우는 영화 제작사의 동의를 얻은 후, 전면 영상을 합성이나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늘리는 작업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 국내 영화인 ‘군함도’의 경우는 제작 단계부터 3면 스크린을 고려해서 촬영한 것도 있고,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서 인위적으로 늘리기도 했다.

평균 상영관 당 10대의 프로젝터가 3면에 쏘는 영상은 그만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스크린X는 전국 50개 극장의 84개 스크린에 설치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터키, 일본 등 7개국 37개 스크린에 설치되어 있으며, 2020년까지 전 세계에 약 천 개의 스크린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스크린X를 이용한 광고 연구에서 72%의 광고 만족도와 76%의 광고 주목도에 이를 정도로 시청자 만족도가 높아 그 확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극장의 개념을 영화관뿐만 아니라 라이브 극장으로 조금 더 확대해보면, 앞으로는 홀로그램 공연이 가장 기대된다. 사전제작 영상과 라이브 공연이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의 큰 호응을 얻는 홀로그램 공연은 일본의 사이버가수의 공연이 대표적일 것 같다. 2010년 일본에서 하츠네 미쿠라는 사이버가수(보컬로이드)의 홀로그램 공연이 처음 열린 이래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그녀의 공연은 최신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술을 총동원하여 마치 실제 공연처럼 진행된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후 전 세계 15개 국가를 돌며 홀로그램 공연을 했고, 도요타의 코롤라 자동차 광고에 출연할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간이 아니지만 마치 인간처럼 활동하는 그녀는, 가수, 배우, CF 출연자로 다양한 활동을 지금도 지속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일본 5개 도시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대만과 중국 등 13개 도시를 돌며 세계 투어를 성공리에 끝마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4년에 싸이, 빅뱅, 2NE1 등이 참여하는 성대한 홀로그램 공연이 열렸는데, 이는 미래부와 KT가 93억원을 지원한 홀로그램 공연장인 ‘케이라이브(Klive)’가 만들어졌기에 가능한 행사였다. 500평 규모의 홀로그램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이들의 공연은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와 270도 뷰의 미디어 파사드가 어우러져 더욱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1927년 최초의 유성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된 이래로 극장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극장 전성기에서 TV와 VCR의 보급으로 인한 경쟁, 그리고 개인 미디어의 확산과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의 소개로 인한 플랫폼 경쟁은 극장의 미래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만원이라는 돈을 내면서, 특정 시간에 맞추어, 지하철을 타고 극장까지 가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팝콘과 음료수와 함께 오감을 즐길 수 있는 몰입감 높은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극장이 추억과 미래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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