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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

2017.11.24. <거인의 어깨>. 채널A 시청자마당. (312회)


인류 역사 상 가장 뛰어난 과학자인 아이작 뉴턴은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실은 다른 사람의 업적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강조한 말입니다. 미학, 사회학, 심리학, 기생충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관점으로 인문학의 세계로 이끄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인문학이 아닌 강연쇼의 형식을 빌린 <거인의 어깨>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은 세개의 주제에 대해서 지식 거인의 어깨를 빌려 세상을 더 넓고 깊이 보고자 합니다.


<거인의 어깨>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 의미는 깊고 넓습니다. 강연 형식을 띈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많이 소개되고 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인의 어깨>는 새로운 지식 큐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전문성을 한층 높이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선보임으로써, 다른 전문 영역에서는 동일 주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폭을 넓히는 방식을 띕니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주제가 단순히 겉핥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정보 전달과 함께 또한 상식의 경계를 넓힌다는 장점을 갖게 됩니다. 보통 이러한 경우, 가장 큰 문제가 예능 프로그램의 본연의 의미인 재미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거인의 어깨>는 서장훈과 김풍의 사회와 지식 거인의 넉살이 잘 어울려져 즐거움을 함께 선사합니다.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여성 전문가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방송학 분야에서 미디어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용어 중에 ‘미디어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디어가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통로로써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민주주의가 잘 유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에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의 인종, 민족, 성별, 연령, 직업 등 인구통계학적 변인들에 대한 다양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매회 여섯 명의 지식 거인들이 등장하는데, 여성 출연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여섯 명의 출연자라면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여성 지식 거인들을 등장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여성 지식 거인을 등장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성차별을 극복하고, 여성 시청자에게는 롤모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전문가를 통해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기회까지 배려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배가 될 것입니다. 또한 세계문화전문가라는 이름의 지식거인이 출연하는데 국내거주 외국인 지식거인이 출연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을 지키려고 하는 방송사 제작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두번째 문제는 용어의 사용입니다.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종합편성채널에서 최근 약 3년간 방송심의 기준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나 행정지도를 받은 건수가 지상파의 두 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방송에서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지상파 방송에 준하는 엄격한 자체 심의 기준을 준수해주기 바랍니다.


최근의 오락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정보전달 기능을 강화한 지식 큐레이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재미와 지식을 함께 습득하려는 시청자의 욕구를 반영한 추세라고 봅니다. 두개의 목적을 지향하다 보니 자칫 하나의 목적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야의 고수를 발굴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를 소개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획의 힘입니다. 짜임새 있는 기획력과 스토리텔링으로 유익함과 오락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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