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대하며

December 6, 2017

 

 

2016년 10월 24일에 방송된 JTBC의 최순실 컴퓨터 분석 기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빅뱅이었다. 한 방송사의 단독보도는 여론을 움직이고, 여론은 국회를 움직였다. 마침내 2016년 12월 9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었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후 5월 9일에 시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약 200여일의 대단원은 막을 내린다.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조기 대선을 치르게 한 출발점은 결국 한 방송사의 결정적 보도였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2016년 10월 24일 뉴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송계가 여전히 혼돈에 빠져 있다. 대선이 끝난 뒤 어언 7개월에 접어들지만, 방송계의 적폐청산과 혁신의 발판은 여전히 캄캄하다.

 

지난 10년간 만신창이가 된 문화방송(MBC)은 그 폐해(弊害)의 깊이가 바닥을 칠 정도로 깊어서인지 반작용 역시 빠른 편이다. 2017년 9월 4일부터 총파업이 시작됐고, 총파업 53일째를 맞는 10월 26일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가 선임됐다. 이어서 이사회는 11월 2일 고영주 이사장의 불신임과 11월 13일 김장겸 사장에 대한 해임을 결의했고,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안은 통과됐다. 마침내 11월 15일 노조는 총파업을 종료하고 정상 출근을 시작했다. 김재철, 안광환, 김장겸으로 이어지는 MBC의 흑역사가 종료되는 동시에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반면, 한국방송(KBS)의 앞길은 까마득하다. 2017년 9월 4일과 7일 시작한 KBS 노동조합(KBS 1노조)과 언론노조 KBS 본부(KBS 2노조)의 파업은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가는 길은 달랐다. 방송법이 개정되면 사퇴하겠다는 고대영 사장의 발언이 있은 직후 KBS 1노조는 11월 10일을 기해 파업을 중단했지만, KBS 2노조는 여전히 파업 중이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는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풀 것 같다. 최근 감사원의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감사 결과, 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KBS 이사는 공무원으로 의제되기 때문에 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라 300만 원 이상의 공금을 유용할 경우 해임 또는 중징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300만원 이상의 업무추진비 사적유용이 확인된 두 명의 이사는 해임 또는 중징계의 대상이 된다. 이미 감사원은 적정한 인사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송통신위원장에게 통보했다. MBC가 보궐이사 선임을 기폭제로 이사장 불신임과 사장 해임을 통해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한 것처럼, KBS도 MBC의 선례를 따를지 두고 볼 일이다.

 

이보다는 덜 하지만, 보도채널인 YTN 역시 사장 선임 문제로 내홍이 심하다. 6개월 동안의 사장 공백기를 거쳐 새롭게 내정한 사장이 회사 내 조직 구성원과 언론 관련 단체의 반발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사장 내정자의 양지지향주의와 무노조 경영관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가치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12월에 있을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사장 내정자를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지만, 선임이 될지 설령 선임이 되더라도 원만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송사는 아니지만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백도 심각하다. 임기가 끝난 심의위원 위촉이 6개월 째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위원회의 구성 비율에 대한 정당 간의 합의가 일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례적으로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이 각 3인씩 추천해 왔는데, 야당 몫 1인을 더 늘려야 한다는 생떼로 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이다. 위원회의 공백은 시민사회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늘 보고, 듣고, 사용하는 방송과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를 방송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제재조치 등에 대한 심의와 의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혼돈과 희망의 해 2017년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한 격동의 해로 기억될 2017년. 그러나 여전히 방송계의 시계(視界)는 불확실하다. 되돌아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언론은 정상적이지 못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민주적 거버넌스 등 그 절차와 과정이 숙제이지만,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기본 가치이다. 2018년이 민주주의와 국민 권익을 위한 방송의 공공성 회복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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