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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자들

2017.12.15. <외부자들>. 채널A 시청자마당. (315회)

묵직한 입담과 날 서린 풍자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속을 긁어 주는 프로그램인 <외부자들>이 12월 12일 방송으로 50회를 맞이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줄곧 2~4%대의 시청률을 넘나들며 정보와 재미를 선사한 <외부자들>은 대중의 인기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50회를 맞이하여, 또 다른 한 해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외부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싶습니다. 먼저, 전문성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출연자 네 명 중 세 명의 배경이 정치라는 점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출연진 때문에 정치적 색깔이 뚜렷합니다. 그래서 정치와 관련된 주제일 경우에 프로그램의 내용이 매우 깊을 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전문성이라는 장점은 동시에 큰 단점으로 존재합니다. 주제가 지나치게 정치에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외부자들>이 지향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은 정치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치에 특화된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모를까, 시사예능이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면 주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제를 다양화하면 동시에 정치적 전문성이라는 한계 때문에 확장성에 제한이 있게 됩니다. 전문성이 정치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를 제외한 시사 문제에서는 그 사안의 이해가 겉핥기에 그칩니다. 정치 전문가들이 말하는 비전문 분야 이야기인 것이죠. 그러다보니 결국 정치 이슈를 다룰 때와 비교했을 때 내용의 깊이에 있어 현저한 차이를 보입니다.

비전문성이 초래하는 대표적인 문제는 사실과 관련된 논의를 논쟁거리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지난 48회 방송에서 구속적부심에 대한 두 출연자 간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영장전담판사들의 협의에 따른 공식입장이라는 한 출연자의 의견과 영장전담판사들은 서로 합의하지 않는다는 한 출연자의 의견이 맞붙은 것입니다. 영장전담판사가 합의를 하는지 안하는지는 사실의 문제이지 논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는 전적으로 출연자가 법조인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비전문성이 초래한 문제이죠. 우리가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전문성의 권한은 철저하게 그 전문분야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주십시오.

또한 자막이 너무 과도하게 사용됩니다. 방송 프로그램의 자막은 시청자의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본적인 기능과 함께 출연자의 개성을 부각하고 시청자와의 직간접적인 소통 수단이 되는 하나의 독립된 중요 요소입니다. 그러나 자막이 과도하게 사용되면 시청자는 혼란스럽습니다. 영상을 방해하고, 제작자의 의도를 필요 이상으로 드러냄으로써 시청자의 자율적 해석을 축소시키기도 합니다. 적절한 자막의 활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외부자들>은 장점이 많은 프로그램입니다. 그 이유는 출연자가 가진 개인의 능력에 기인하는데요. 특히 정치 분야에서 상반된 관점을 갖고 있는 네 명의 출연자가 펼치는 논쟁은 용호쌍박이며 용쟁호투의 기세를 보입니다. 핵심 사안을 정리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 양 측면을 제기하기 때문에 시청자가 스스로 평가할 수 있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근거를 통해 토론과 협상의 험로를 겪는 과정이, 시민사회가 가져야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시청의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이제 50회를 넘긴 <외부자들>이 내년 이맘 때 100회를 맞이해서는 더 큰 사회적 영향력으로 우리 사회에 건강한 생각거리를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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