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데스크
2017.01.05. <정치 데스크>. 채널A 시청자마당. (318회)
언론 보도가 지켜야 할 원칙으로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고 있는 것이 공정성과 객관성의 원칙입니다. 그러나 공정성과 객관성은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객관성이라는 실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논쟁적인 주제의 경우 상반된 주장에 대해서 동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동등시간 원칙과 형평성 원칙을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채널A는 많은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뉴스 보도를 벗어나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채널A는 지루한 시간대인 오후 4시대에 <정치데스크>를 방송합니다.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가진 이용환 진행자의 진행으로 오후의 나른함을 날려 보내는 <정치데스크>는 정치부 현장 기자들이 직접 출연해서 생생한 현장 취재 뒷이야기를 하며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내용을 풀어냅니다.
<정치데스크>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냉철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먼저 형식의 문제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한 명의 토론자가 출연합니다. 지난 한 주간 이 프로그램에 나온 토론자를 보면, 12월 28일과 29일에는 바른정당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당인, 27일에는 ‘보수주의 여행’이라는 책을 쓰기도 한 언론사 논설위원, 26일에는 한나라당 전의원이 출연했습니다. 모두 보수 일색의 토론자입니다. 동등시간과 형평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대부분의 정치 논평 프로그램은 상반된 정치 경향성을 갖고 있는 짝수의 토론자로 구성합니다. <정치데스크>가 편향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복수의 토론자를 섭외할 것을 제안합니다.
다음은 내용의 문제입니다. 논리적 오류를 갖거나 지나친 편향성을 띈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12월 29일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통일부 혁신위의 발표를 다루었습니다. 노은지 기자는 박전대통령의 일방적 지시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남북관계기본법과 남북관계발전위원회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이용환 앵커는 이에 대해 논란이 있다고 하면서 전문가의 비판이라는 인용을 통해 엉뚱한 반론을 제기합니다. 박전대통령의 초법적 행위라는 발표 내용에 대한 반론을 하면서 북한 도발과 UN의 자금전용 가능성 제기라는 원인을 강조합니다. 초법적 행위라는 것에 대한 반론은 이것이 적법한 행위였거나 또는 초법적 행위의 정당성을 제공해야 합니다. 과정과 절차를 밟으면서도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대북교류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인 것을 몰랐던 것일까요? 논점일탈의 논리적 오류입니다.
편향성의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꼭지의 제목이 ‘개성공단 폐쇄 물고 늘어지는 통일부'입니다. 그리고 ‘통일부 TF의 역주행’이라는 소제목도 붙이고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통일부 발표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입니다. 게다가 토론자는 통일부 혁신위를 최순실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적절한 비교일까요? 또한 동문서답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12월 28일의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 체포 뉴스의 예입니다. 진행자가 이영주 사무총장이 머물고 있는 병원 선정 그리고 여경 배치 불가에 대한 의견을 질문하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선거 전 후보자 시절의 약속에 대한 설명을 하며 대통령 이야기를 합니다. 검거된 자가 병원 선정을 하고, 여경 배치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법적 도덕적 문제를 설명해야 하지만, 엉뚱한 답변을 한 것입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면서 현대 언론의 아버지라고 칭송받았던 월터 리프만. 그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여론'이라는 책에서 여론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여론 형성 과정에서 대중 매체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대중은 매체를 통해 보이는 모습대로 현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특히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뉴스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정치데스크>가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신뢰성 있는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형식과 내용을 띄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