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대되는 파괴적 혁신물 ‘GANs’
2018.01.02. [디지털산책] 파괴적 혁신물 ‘GANs’가 온다. 디지털타임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연속적이다. 소재 산업의 발전은 새로운 완제품을 가능하게 만들고, 창의력과 협력 그리고 도전 정신은 혁신을 이끈다. 전에 없던 제품이 갑자기 등장해 단숨에 시장을 파괴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말하는 파괴적 혁신물도 실은 이미 이전에 소개되어 시장을 달군 채 결정적인 순간의 파괴력을 증폭시킨 것이 대부분이다. 2017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술(戊戌)년 개띠의 해인 2018년에 기대되는 파괴적 혁신물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생성적 적대신경망(GANs: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즉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방식의 딥러닝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바둑기사 이창호와 알파고의 대결로 대한민국 국민의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수준을 한층 높였다. 인공지능이 인류가 극적이고 불가역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가설적 순간인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을 일으킬 중요한 한 요소라는 점에서 파괴적 혁신물임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다만, 금년에 가장 많이 듣게 될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GANs를 꼽는 이유는 강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창의성 개념이 드디어 결과물로 제공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주요한 기술이기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생각하는 지능을 통칭하는 일반적인 말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접근방식이 있는데,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그 예이다. 머신러닝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를 학습시킴으로써 결과를 만들어낸다. 머신러닝을 진행하는 많은 기술적 접근법이 있는데, 컨볼루셔널 신경망(CNN)이나 재귀신경망(RNN) 같은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기반의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구글과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에게 큰 돈을 벌어주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는 이전과 다른 학습법인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방식인 GANs의 해가 될 것이다. 이제까지 인공지능 기술 방식인 CNN과 RNN은 주로 음성이나 이미지 등을 인식해서 판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GANs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도학습은 이제까지 진행된 머신러닝의 주류 학습법이다. 사물(데이터)과 이름(레이블)의 짝을 집중 학습하는 방법인데, 사물 X와 이름 Y의 쌍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식이다. 가령, 페이스북에 인물사진을 올리면 사진에 있는 얼굴이 누구인지 이용자들이 직접 써 넣도록 유도하는 데, 이러한 이름붙이기 방식은 결국 특정 인물을 인식하게 하는 과정이 된다. 눈치 챘다시피 이 방법은 누군가 일일이 각 사물의 ‘정답(레이블)’을 알려 줘야 만 학습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비지도 학습은 레이블 없이 데이터 그 자체에서 지식을 얻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누군가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인공지능 스스로 사물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기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부모와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깨닫는 것도 있지만, 직관과 관찰, 추론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GANs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능적 사고 과정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GANs의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미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게 소개된 프로그램도 있다. 사용자가 대충 스케치를 하면 진짜 같은 그림을 생성해주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도 있고, 뿌연 이미지를 더욱 선명한 이미지로 복원시켜 주기도 한다. 위성사진을 지도사진으로 변환하는 사진 전환 프로그램은 물론 동영상까지 낮과 밤 그리고 여름과 겨울로 변환시키는 등 진짜 같은 가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천문학에서는 은하계와 화산의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활용하고 있고, 의료분야에서는 복잡한 의료정보를 쉽고 간단한 이미지로 만듦으로써 더 정확한 진단을 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어떠한 대용량 데이터도 모델링하고 해석할 수 있다. 시점의 문제일 뿐 결국 GANs는 인간보다 더 나은 데이터 분석가가 될 것이다.
GANs의 잠재력은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에 더해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든다는 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데이터는 그 가치를 헤아리지 못한 채 인간의 지능이 허락하는 수준에서 해석되고 이해된다. 우리가 현재 맛있게 먹는 음식은 재료와 양념의 수많은 조합의 레시피 중 일부일 뿐이다. 인간이 이해하고 있는 수준인 것이다. 반면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의 요리사 버전인 '셰프 왓슨 (Chef Watson)'은 무한대에 가까운 요리법을 조합해 응용한 레시피를 선보인다. 똑같은 음식 재료와 양념으로 인간이 기존에 만들어내지 못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GANs에 대한 기대는 ‘셰프 왓슨’에 대한 것과 동일하다. 현존하는 데이터를 활용하지만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식의 산출물을 갖고 온다는 것이다. 다만 유일한 차이는 ‘셰프 왓슨’이 만든 음식은 맛이 없으면 버리면 되고 인간에 해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GANs는 그 이해의 넓이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 그 결과물이 어떤 것이 될지 감히 우리의 지식으로는 상상도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에게 해가 되는 산출물이 나올 경우에 대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올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인간 고유의 호기심과 창의력, 마음, 감성 등을 말하는데 GANs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속성 중 어디까지 따라올지 궁금하다. 제발 인류에 해가 되지 않는 방향이기를 바랄 뿐.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