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에 숨겨진 세 개의 키워드: 연결성, 인공지능, 그리고 공간의 확장

March 7, 2018

2018.01.24. [테크 트렌드] “모든 것이 연결된 ‘스마트 시티’가 온다”. 한경비즈니스

 

출근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스마트폰 알람은 새벽에 발생한 자동차 사고를 감지하고 설정해 놓은 시간보다 20분 먼저 울린다. 차가운 겨울날씨를 고려해 자동차는 이미 시동이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을 위한 최적 환경인 22도의 온도와 50%의 습도에 맞추어져 있다. 집에서 듣던 음악이 집을 나서는 순간 자동으로 꺼진다. 조명도 꺼지고 난방기는 실내 온도 17도를 유지한다. 에너지 효율에 가장 적절한 환경으로 자동 설정된 것이다. 물론 내가 집을 들어오고 나갈 때 얼굴 인식을 통해 누구인지 파악을 함으로써 보안에 철저하다. 집에서 듣던 음악은 자동차에 타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컴퓨터 작업을 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차는 알아서 주차 공간을 찾아 주차를 한다. 똑똑한(smart) 기술로 인해 인간은 더 편해지고, 안전해지며, 효율적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CES 2018'은 150여개 국가에서 3,900개 이상의 기업들이 2만개가 넘는 제품을 전시하며, 약 19만 명의 관람객이 모여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번 CES에서도 볼거리와 얘깃거리가 풍성했는데, 금년의 주제는 '스마트 시티'였다. 위에서 소개한 가상의 이야기처럼 ‘스마트 시티’는 개인의 공간을 가정으로 부터 이동 과정 그리고 사무실까지 확대시킨다. 작년 CES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스마트 홈'의 연결성(connectivity) 개념이 금년에는 도시로 확장된 것이다. ‘스마트 홈’에서 ‘스마트 시티'로 공간이 확대되었기 때문에 작년과 다른 눈에 띄는 새로운 혁신 기술의 특징은 공간의 확장에 따른 물리적 공간의 이동을 메우는 기술의 역할이다. 이에 따라 이번 CES에서 가장 눈여겨볼 기술은 역시 자동차였다. 공간이 확대되었다는 것은 물리적인 공간의 움직임이 전제되기 때문에 이동 수단은 필연적으로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먼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는 5G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를 유지해야 한다. 2017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33.43Mbps였으니 현재보다 약 150배 빠른 속도이다. 또한 1㎢ 반경 안의 100만개 기기에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시속 500㎞ 고속열차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해야 한다. 즉 5G는 속도는 물론 동시접속 기기의 숫자와 이동 속도에 있어서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발전된 통신 네트워크이다. 사물인터넷이 구현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인프라인 것이다.

 

가정에서야 5G의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으나 ‘스마트 시티'를 구현하기 위해서 5G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율주행기능이 있는 무인자동차의 예를 들어 보자. 차세대 차량통신(Vehicle to Everything: 이하 V2X)은 자율주행을 위해 필수적인 핵심기술이다. ‘V2X’는 운전 중 신호등을 비롯한 각종 도로 인프라와 주변 차량 그리고 보행자 간의 통신을 통해 교통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유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도로 주행을 하면서 클라우드에 있는 정보를 쉴 새 없이 업데이트하며 최적의 주행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주변에 있는 차량, 보행자, 다른 기기나 인프라와 통신을 통해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면 얼마나 고성능의 통신기술이 필요할지. 그것도 실시간으로 말이다. 차량에 달려있는 센서를 통한 정보 수집과 클라우드를 통한 정보 업데이트를 위해 빠른 정보처리 속도는 필수이다.

 

아이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현재 LTE의 응답시간이 약 50ms로 100km/h로 주행할 경우, 돌발 상황 발생 후 3m를 그냥 달리게 되는데 이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8%인 사람의 반응시간인 43ms보다 더 긴 시간이다. 참고로 혈중알콜농도 0.05%부터 형사입건 대상이 되며, 0.08%는 체중 70kg인 남자가 맥주 1천cc를 마셨을 경우 발생되는 수치이다. 즉, 지금과 같은 네트워크 속도로는 응답속도의 지연시간 때문에 무인자동차가 주행될 수 없다. 5G는 빠른 통신 속도로 빠른 응답시간을 가능하게 하므로 완전 자율주행차의 운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미국 교통부(USDOT)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전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로 구성된 자동차 안전 통신 콘서시엄(VSCC)은 안전 운행에 필요한 지연시간을 규정하고 있는데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센싱의 경우 20ms의 지연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SKT는 반응속도 1ms 이하의 5G V2X 개발을 진행 중인데, 이 기술이 개발될 경우 사고 대응은 물론 월 천만대의 차량이 전송하는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해서 교통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작년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최적 환경을 자동으로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CES의 슈퍼스타이자 향후 모든 기술을 추동하는 지배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모든 것에 침투될 것이다. 가장 친숙한 인공지능은 스피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 미니’, ‘네이버 웨이브’, ‘기가 지니’, ‘SKT 누구’ 등이 소개되며 9분 만에 완판 되고, 하루에 1만대가 넘게 판매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2천 4백만 대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 중 아마존 ‘알렉사’가 약 68%, 그리고 구글 ‘어시스턴트’가 약 24%로 차지한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인공지능 스피커를 인공지능의 대표 기기로 이야기하기에는 인공지능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게 될 수 있다. 기껏해야 명령어 몇 개만을 인식해서 몇 개의 서비스를 말로 구현하는 것을 인공지능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역량을 오도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그간 아마존 ‘알렉사’가 독보적이었던 CES에서 금년에는 또 다른 경쟁자 구글 ‘어시스턴트'가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제까지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는 구글은 예년과 다르게 ‘CES 2018’에서 매우 공격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구글이 금년에 참여한 이유는 단 한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아마존 ‘알렉사'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성과는 컸다. 작년에는 아마존의 알렉사가 빅 스타였다면, 금년에는 구글의 '헤이 구글(Hey Google)'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구글은 스피커, 텔레비전, 조명기 등 약 1,500개의 기기에서 활용이 가능한데, 4천개의 제품에 연동되는 ‘알렉사'에 비해 수적인 면에서 많이 뒤쳐져 있지만, 이메일, 스케줄러, 지도, 유튜브 등 구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 수를 고려해보면 미래 판도는 예상하기 힘들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로 확대한 빅스비 생태계 '원(one) 삼성'을, 그리고 LG전자는 인공지능 브랜드인 '씽큐(ThinQ)'를 소개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인공지능 서비스의 적용을 통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분야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것은 자동차이다. ‘스마트 홈'에서 ‘스마트 시티'로 공간이 확장됨으로써 이동 수단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금년 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5명 가운데 인텔의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와 포드의 CEO 짐 해켓이 연설에서 인공지능이 적용된 무인 자동차의 기능을 소개한 것은 자동차가 미래의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지 보여준다. 인텔은 자동차용 인텔 아톰(Intel Atom)프로세서와 모빌아이 아이Q5(Mobileye EyeQ5)칩이 결합된 새로운 자율주행 차량용 플랫폼의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구글은 국내에서는 정식 수입되지 않는 자동차 브랜드인 알파 로메오의 자동차 '줄리아(Giulia)'를 전시하며 '안드로이드 오토'를 소개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스마트폰과 차량을 연결해 구글 ‘어시스턴트’를 작동하는데, ‘어시스턴트'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모든 것을 ‘줄리아'에서 할 수 있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인 ‘오로라(Aurora)’와 손을 잡고 ‘모빌리티를 통한 미래 기술과의 연결(Connected to the Future Mobility)’이란 주제로 ‘인텔리전트 퍼스널 콕핏(Intelligent Personal cockpit)’을 전시하며 혁신적인 미래 첨단 기술을 소개했다. 완성차 외에도 자율주행에 핵심 요소인 센서, 내비게이션, 안전, 보안, 사물인터넷 등 자율주행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최첨단 기술이 선보였지만,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했다. 개막일인 9일에 내린 폭우로 구글 부스가 물에 잠겨 부스 행사가 취소되기도 하고, 통신 연결 문제 때문에 LG전자의 '클로이(CLOi)'와 소니의 ‘아이보(Aibo)’ 로봇은 작동하지 못했다. 또한 정전 문제로 대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꿈의 도시인 ‘스마트 시티'가 사막 위의 신기루가 되지 않기 위해 인프라에 충실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사건이었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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