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이 만나는 곳, 가상현실 게임장과 테마파크

March 7, 2018

2018.1월호 [전문가칼럼] 가상현실 현실과 가상이 만나는 곳, 가상현실 게임장과 테마파크. 2017 하반기 해외콘텐츠시장 동향. NO.2

 

세계적인 회계 컨설팅 법인인 PwC에서 매년 발간되는 ‘Global Entertainment and Media Outlook’에 따르면, 앱과 게임 그리고 동영상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가상현실 시장의 크기는 2016년 약 8억 7천만 불에서 2018년 약 91억 불로 열 배 이상 증가하고, 2021년에는 약 151억불로 약 17배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생각보다 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반대로 생각만큼 큰 시장이 ‘아직은’ 생각만큼 큰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는 주관적 평가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많은 사용자가 가상현실을 즐기기 위한 기기나 콘텐츠를 직접 구매할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대표적인 가상현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 이하 HMD)인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는 지난 2년 동안 시판되었지만 매출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그 원인은 역시 가격을 들 수 있다. 가상현실을 제대로 즐기려면 PC 기반 HMD를 사용해야 하는데, HMD 자체의 가격만 해도 가장 대표적인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가 약 70만원 그리고 HTC 바이브가 약 90만원 정도이다. 더군다나 가상현실 콘텐츠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카드(GPU)를 장착한 컴퓨터가 필요하다. 즉, HMD와 함께 컴퓨터도 새로 장만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암호화 화폐를 채굴하려는 수요에 맞물려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데, 가상현실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PC의 가격이 거의 200만원 대에 육박한다. 결국 가상현실을 즐기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HMD를 포함해서 약 300만원 정도가 드니 웬만한 소비자가 지갑을 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가상현실을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장과 테마파크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미 2016년 8월에 중국 베이징에 작은 규모의 가상현실 전문 테마파크가 개장됐고, 게임회사인 세가(SEGA)는 자사의 비디오게임을 활용한 부분적 가상현실 테마파크인 조이폴리스(Joypolis)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가상현실 전문 게임장과 테마파크의 최대 장점은 앞서 설명한 HMD를 활용한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동굴형 시스템(Cave Automatic Virtual Environment: CAVE)과 같은 대형 몰입형 가상현실 환경을 만들어서 HMD를 쓰지 않고도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등 영화 속에서나 봤음직한 경험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에 걸맞게 공간을 활용하고, 롤러코스터와 같이 대형 공간이 필요한 시설을 대체하거나, 달을 걷는 듯한 무중력 상태를 즐길 수 있는 대형 시설을 만들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꽤나 매력적이다.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게임장은 2015년 8월에 호주 멜버른에 개장한 제로 레이턴시(Zero Latency)이다. 동시에 6명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이 VR 게임장은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게임시설과 차별점을 갖는데, 백팩 형식으로 제작된 컴퓨터와 이와 연결된 오큘러스 리프트 VR 헤드셋, 진짜 총과 동일하게 만든 총을 들고 팀 동료들과 함께 직접 이동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29개의 플레이스테이션 아이(Playstation Eye) 카메라가 천장에 달려있어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고, 안전장치가 확보된 넓은 공간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멜버른을 시작으로 일본의 동경, 스페인의 마드리드, 미국 플로리다에 설치가 됐고, 펜실바니아와 위스콘신 등 전 세계 곳곳에 설치가 확대됐다.

 

제로 레이턴시의 VR 게임장이 사용자가 마음껏 움직이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을 살렸다면, 상하이에 위치한 스타 코어(Star Core)는 전통적인 오락실의 모습을 한 가상현실 게임장이다. 고정된 장소에서 특정 가상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앞으로 도시 곳곳에 설치될 가상현실 게임장의 전형을 보여준다. 체험방 형식이라서 입장료를 내면 네 종류의 가상현실을 즐기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향후 소규모 가상현실 게임장은 이곳에서 진행되는 가상현실 경험의 한두 종류로 운용돼도 충분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 게임장의 확산을 통해 HMD는 물론 콘텐츠 판매 이득을 보고자 하는 시도도 보인다. HTC는 대만에 바이브랜드(ViveLand)라는 가상현실 게임장을 만듦과 동시에 아케이드용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바이브포트 아케이드(Viveport Arcade)를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개발자가 아케이드용 게임을 제작해서 판매하는데, 그리고 아케이드 사업자는 원하는 게임을 편리하게 찾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자사의 HMD인 바이브를 대중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또한 가상현실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기기가 단지 HMD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가상현실 게임장이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이다. 플레이어는 콘트롤러(controller)라고 불리는 액세서리를 양손에 쥐고 게임이나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며 즐길 수 있는데, 이 콘트롤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고성능화되면서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더 나아가 버츄(Virtuix)에서 만든 옴니(Omni)나 사이버리스(Cyberith)에서 만든 버츄얼라이저(Virtualizer)는 바닥에 런닝머신(treadmill)과 같은 달리기 장치를 해서 사용자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그만큼 몰입감이 높아지지만 가격의 부담도 심해진다. 기기의 가격도 비싸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한 것도 가상현실 게임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PC방이나 극장, 쇼핑몰, 대형마트까지 사람들이 모일만 한 곳은 어디든지 한두 대의 기기를 배치할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장이 설치될 것이다. 오락실의 부활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규모가 큰 가상현실 테마파크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조성하는데 가장 앞장서는 나라는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공식적으로 오픈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SoReal’ 테마파크는 32,000 평방미터 크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테마파크를 만든 사람 중 한명이 장예모 감독인데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개막식과 폐막식의 총감독을 맡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가이다. 특히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준 시공간을 초월한 공연은 그의 걸작 중의 하나인데, 인간의 상상력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환상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 장예모 감독은 꿈의 구장인 가상현실 테마파크에서 펼치고 있다. 총 여덟 개로 나뉘어져 있는 이곳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넓은 가상현실 게임장에서 공간의 제약 없이 자체 제작한 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사용자가 자유로이 몸을 움직이며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게임 강국 일본에서도 가상현실 테마파크가 꾸준하게 개장되고 있다. 2016년에 개장한 ‘VR Park Tokyo’는 도쿄의 시부야와 이케부쿠로, 그리고 삿포로 등 세 군데의 매장에서 총 22개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데, 시부야 매장의 경우 약 300 평방미터 넓이에 11개의 라이드를 설치했는데 약 95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7살 이하의 어린이는 사용할 수 없고, 7세에서 12세 까지 어린이는 부모의 동의를 받을 경우에만 이용 가능하다. 이 점은 사용자 보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아직까지 가상현실에 대한 휴먼팩터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정 사용 연령이나, 사용 시간 등 가상현실을 즐기기 위한 규제나 안전 가이드라인이 공식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는 않지만, 텔레비전이나 3D 영상 연구 등 이전의 실감미디어 연구에 따르면 가상현실이 어린이에게 광과민성 발작과 같은 부작용을 가져 올 확률은 매우 높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가상현실 게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며, 더 나아가 현재 부모가 동의할 경우 사용 가능한 연령인 7에서 12세까지의 연령도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요금은 두가지 방식으로 책정하고 있다. 도쿄에 있는 두 곳의 테마파크는 약 3만원 정도인 티켓을 구매하면 90분 동안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고, 삿포로에 있는 테마파크는 시간제 방식에 더해 약 7,000원을 지불하면 게임 한번을 즐길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는데 한달에 약 9천명이 방문한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장난감으로 유명한 반다이 남코(Bandai Namco)도 가상현실 테마파크 시장에 진입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빠징코 사업장에 ‘VR Zone'이라는 이름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시장을 탐색하는 정도로 보인다. 신주쿠에 자리 잡은 3,500 평방미터 넓이의 2층 건물 매장은 약 20여 개의 게임을 갖추고 있는데, 한 달에 약 5만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입장료는 약 9천원이고 한 게임 당 약 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작년 말에는 영국 런던에 매장을 개장하기도 했다.

 

새롭게 가상현실 전문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 외에도 기존 시설에 가상현실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사용자는 기존에 존재했던 익숙한 놀이를 즐기면서도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한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운영자는 기존시설 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과 대규모 신규투자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된다. 현재 테마파크에서 활용 가능한 가상현실 경험 중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것은 가상현실이 적용된 롤러코스터이다. 가상현실을 롤로코스터에 적용한다는 의미는 롤로코스터의 움직임에 따라 HMD에서 보는 가상현실이 정확히 일치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롤로코스터가 위에서 아래로 하강할 경우에 HMD에서도 마찬가지로 떨어지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경사지며 올라가는 경우에는 영상에서도 동일한 환경을 보여주는 영상이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롤로코스터의 전체 경로를 정확하게 가상현실에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렵고, 또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단순히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 영상을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결국 사용자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상을 제공할 때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할 것인가는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독일에 있는 유로파 파크(Europa Park)는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롤로코스터로서 2015년 9월에 첫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전체 경로를 가상현실에 적용해서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까지는 성공적이었으나, 롤로코스터의 즐거움을 영상에서 구현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콘텐츠가 탑승객의 유혹할 만큼 정교하지 못해서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가상현실 롤로코스터로 가장 유명한 곳은 미국의 유명한 테마파크인 식스 플랙스인데, 이곳은 특히 다양한 롤로코스터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2017년에 삼성의 기어 VR을 롤로코스터에 부착시켜 ‘새로운 혁명(The New Revolution)’이라는 이름의 가상현실 롤로코스터를 만들어서 큰 관심을 끈 바 있는데, 장장 천 미터가 넘는 트랙 길이에서 회전과 뒤틀기 등 다양한 방식의 레이싱을 통해 가상현실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상현실의 내용은 미래의 도시에서 외계인이 도시를 침략하는 이야기로 설정되어 있는데, 롤로코스터를 타는 시간동안 마치 우주선을 타고 외계인과 싸우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국 내에서는 애틀랜타와 텍사스, 로스앤젤레스 등 9개 도시에서 운용 중이고, 금년에는 멕시코에 있는 식스 플랙스에서도 설치할 예정이다.

 

영국의 알톤 타워(Alton Towers)도 ‘갤럭티카(Galactica)’라는 우주여행 롤러코스터를 운용하고 있다. 우주여행을 하며 행성을 탐험하는 내용인데, 실제로 롤로코스터를 타면서 경험하는 움직임이 가상현실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일치하게끔 올라갔다 내려가고, 회전하거나 뒤틀리는 실제 경험이 그대로 HMD에서도 구현하게끔 재생되기 때문에 몰입감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출발지점을 마치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는 듯하게 디자인을 한 것과 출발 전 카운트다운을 하며 급가속을 하도록 설계한 것은 더욱 짜릿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곳에서도 역시 삼성의 기어 VR을 활용하고 있다.

 

가상현실 테마파크와 달리, 롤로코스터에 삼성 기어 VR을 공통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첫째 삼성 기어 VR이 모바일 기반 HMD라는 점 때문에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반 VR의 한계가 고성능의 가상현실 환경 재현이 힘들다는 점인데, 롤로코스터에 적용함으로써 이를 자연스럽게 극복한 것이다. 즉, 몸은 현실에서 비행하는 듯한 느낌을, 그리고 눈은 우주라는 가상세계를 보고 있으니, 두개의 서로 다른 경험이 융합되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 기어 VR은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가속센서, 자이로센서, 나침반센서, 근접센서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성능 면에서도 뛰어나고, 머리를 움직일 때 영상이 늦게 따라옴으로 해서 발생하는 문제(head tracking latency)도 해결할 수 있으므로 멀미(cyber-sickness)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적절한 기기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결과는 전통적인 놀이기구가 기어 VR이라는 새로운 기기를 활용해서 스토리텔링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즉, 기존의 시설에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설로 변모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기존의 시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지 새로운 기술만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부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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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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