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필요없는 ‘자율주행차’에 더욱 필요한 ‘사람’에 대한 고민

March 26, 2018

2018.03.29. [사이언스프리즘] 자율주행차 사고의 교훈. 세계일보

 

현지 시간 지난 3월 18일 일요일 밤 10시경 미국 애리조나 주의 템페에서 길을 건너던 49세의 한 여성이 차에 치어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한 해 동안 사망한 사람이 약 4만 명(2016년 기준)이 넘을 정도니 사실 대단할 것도 없는 사건이지만, 자율주행차가 보행자와 충돌해서 발생한 첫 번째 사망 사고란 점에서 인류 역사에 남을만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에서 자율주행차가 차량사고 발생건수를 크게 줄일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7년 동안 약 320만km를 시험 운행했지만, 17건의 경미한 사고만 발생했고 게다가 자율주행차의 과실로 생긴 사고는 단 1건뿐이었다. 우리나라 교통안전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 교통사고에서 졸음, 과속, 주시태만 등 운전자의 잘못에 의한 원인이 87%, 그리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자료에 따르면 치명적인 교통사고의 94%가 운전자의 실수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실수가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사고발생을 줄일 것으로 예측한다.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의 예측으로 2040년에는 2012년 기준 사고 발생건수의 약 9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그리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2040년에는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현재의 3분의 1도 안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미래에 매우 안전할 것으로 대부분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자율주행차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 역시 일반적인 의견인 것 같다. 한창 진행 중인 기술이기에 너무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자율주행차가 100% 완벽할 수 없다는 점에서 향후 자율주행차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부정적인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커다란 숙제이다. 그런 점에서 2017년 1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자율주행 셔틀버스의 사고 사례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한 트럭이 후진을 하면서 미처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보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기에 자율주행차의 문제로 볼 수는 없겠지만, 당시 상황이 후진을 해서 피하거나, 또는 간단히 경적을 울렸다면 트럭이 멈출 수도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우두커니 멈춰서있던 자율주행 셔틀버스에 대한 믿음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자율주행 셔틀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은 이러한 사고 순간을 그저 멀뚱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운전자가 없었던 자율주행 셔틀버스의 사고는 자율주행차의 대처능력이 인간의 직관력과 순발력을 따르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다.

 

자율주행차가 기술적 발전을 진행해오는 동안 또 한편으로 인공지능과 윤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자율주행차가 풀어야할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6월 저명학술지인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딜레마'라는 논문이다. 자율주행차의 사고 시 어떻게 프로그래밍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소비자의 모순을 검증한 이 논문은 상황에 따른 인간의 자기중심적 가치관을 밝혀내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많은 생명을 구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나 또는 내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많은 사람을 희생해야 한다고 의견이 대다수이다. 나와 내 가족이 자율주행차를 타고 있을 때 이 차가 많은 보행자를 구하기 위해 내 차를 위험에 빠트리게 프로그래밍 된다면 이 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연구 참여자는 대답한다. 자율주행차가 생각처럼 쉽게 상용화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이다.

 

사고가 불가피할 경우, 탑승자를 살리기 위해 나와 함께 걷고 있는 반려동물이 희생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또는 어린이와 노인 중 한명을 살려야 한다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인간과 기계의 상호 작용이 고도화될수록 새로운 윤리적 질문은 인간의 생존과 행복과 관련하여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맞닥뜨린다. 윤리적 자율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늘날 인공 지능 연구에 있어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이다. 기술의 진보와 혁신의 확산과 함께 인간을 위한 기술 발전이라는 보편타당한 진리가 잊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현실이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Please reload

Please reload

Archive

August 23, 2018

Please reload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