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미래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스마트시티, 유토피아의 시작』 정동훈 저자 인터뷰
『스마트시티, 유토피아의 시작』 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보이지 않는 기술이 구현되면 우리의 삶과 사회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주는 2025년 라이프 스토리를 담고 있다. 본문에서 QR코드를 이용해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어 먼 나라 이야기,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고 볼 수 있다. 방송, 커뮤니케이션,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며 융복합의 실천적 삶을 즐기는 정동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에게 미래 사회의 비전을 물어보았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책을 내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책은 2016년 이후 대한민국을 휩쓴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학교와 정부, 기업 등에서 강의와 특강을 하면서 느낀 점은 모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잘 알고 있지만, 내포된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차량 공유 때문에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부터 5개월 새 4명의 택시 운전사가 분신했을 정도입니다. 차량 공유 사업을 하자니 30만 택시 종사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택시 업계 종사자를 생각하자니 공유경제라는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도 없기에 진퇴양난입니다.
그러나 사실 더 큰 문제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친환경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의 시대가 오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카풀 논란은 문제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친환경 차는 내연기관을 없애고 부품을 단순화시켜 자동차 부품 산업과 석유 산업을 위기에 빠트릴 것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를 없애고, 무사고 시대를 만들어 자동차 공업사 및 보험 회사를 파산시킬 것입니다. 또한 공유 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사를 공유 자동차 플랫폼의 하청업자로 만들며, 자동차 사용 대수를 줄이고 사용 연한을 늘려 자동차 산업 자체를 흔들 것입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2018년 12월에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웨이모(Waymo)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자율주행차가 공유 차량으로 운행된다면, 그것이 바로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가 되는 것입니다. 충전할 때만 빼고 24시간 365일 언제 어디서든 운행이 가능하고,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어 합승하지만 최적 경로로 운행하게 되니 시간과 비용이 절감됩니다. 전기자동차와 수소 전기자동차로 변모하는 ‘친환경’, 운전자 없이 운행되는 ‘자율주행’, 그리고 소유할 필요가 없어지는 ‘공유’가 합쳐지는 때가 온다면, 국내 제조업 총생산의 13.6%, 고용의 11.8% 그리고 부가가치의 12%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과 택시나 트럭을 포함한 운수 산업 등은 어떻게 될까요?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SF소설에 나오는 미래가 아닌 현재 진행되고, 아무리 늦어도 5년 뒤에는 현실이 될 현상을 알려줍니다.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많은 기술적 내용을 다루었지만, 고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소개하려고 했습니다.
『스마트시티, 유토피아의 시작』 이라는 제목을 보면, 미래를 낙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게 보시는지요?
복잡계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너무 복잡해서 방정식이나 간단한 논리 체계로는 환원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치학, 경제학 등을 포괄하는 사회과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현상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과학자들의 예측은 대부분 틀립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이 무지하거나 연구를 게을리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최근 3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일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2017년 3월 10일에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고, 2018년 4월 27일에는 남북정상회담이, 2018년 6월 12일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또한 지난 8월 7일, 일본은 난데없이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무역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관점을 세계로 넓혀볼까요?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8년 7월 6일,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8월 5일에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무역전쟁에서 환율전쟁으로 양국 간의 갈등의 폭과 깊이를 확대했습니다. 홍콩에서는 2019년 3월 31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 시위가 처음 열린 이래로 일파만파 번져 중국 군대의 무력진압 우려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누가 이러한 사건을 예상했겠습니까? 아니 대체 누가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미리 알 수 있었을까요? 바로 이러한 이유로 미래를 낙관하거나 비관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 영역이 아닙니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풍요로운 삶을 누리던 때는 없었습니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가 그의 책에서 주장한 것처럼, 현재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프리카에서는 기아가,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베네수엘라에서는 난민 망명이 문제이긴 하지만, 어떤 통계 수치표를 비교해도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평화롭고, 안전하며,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때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떨까요? 미래에도 최소한 지금과 같은 안전과 생존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기술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지, 아니면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이 바꿀 세상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인간의 존재가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파괴적 혁신의 확산이 단지 기술적 우위로만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안에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 요소가 종합적으로 관련돼 있고, 그간 인간의 역사는 기술을 인간의 삶에 최적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보해왔습니다. 기술이 인간을 추동하는 것이 아닌, 인간을 위한 기술이 선택되는 역사인 셈이었죠. 압도적으로 우월한 인공지능의 능력을 인간이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기술적 특이점이 오기 전에 인간은 선택해야 합니다. 그 결말은 어찌 될지 모르지만, 인류는 잘 대처할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본문에 QR코드를 이용해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왜 동영상을 활용하신 것인가요?
대학에서 강의와 외부 특강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하면서도 여전히 어려워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발표할 때 저는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놓고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방식이 재미있으면서도 또한 이해하기도 쉽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유튜브 동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했습니다. 글자로만 이루어진 책이 아니라, 동영상 시대에 걸맞게 유튜브와 함께 글을 읽고 보자는 의미죠.
이 책에서 유튜브 동영상은 주연과 조연의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글로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해봐야 동영상 한 편 보는 것만 못한 주제가 있고, 동영상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때로는 동영상으로도 큰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면 좋겠습니다.
학부는 철학, 석사는 방송, 박사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연구년에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셨습니다. 통섭, 융복합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학제 간 연구를 하신 셈인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사회를 미시적이면서 동시에 거시적으로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하면서 사용자 관점을 배웠고, 개혁확산이론을 공부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혁신물에 대해 눈을 떴습니다. 박사 과정 중에 입사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배웠고, 당시 부사장님께 미국 주식과 펀드 투자법을 배우면서 기업의 움직임을 공부했습니다. 인문사회과학의 배경에서 기술을 이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융복합 학문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융복합 관점에서 공부하며 통섭의 길을 밟아온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사용자 경험(UX)이란 무엇인가요? 왜 책에서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신 건가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사용자가 경험함으로써 갖게 되는 모든 감정과 지각, 인지, 행동 등 총체적인 것이지요. 개발자들은 기술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거죠. 그러나 기업은 개발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최종적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제품을 사용할 사용자가 최적의 경험을 통해 만족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궁극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가져올 것이고요. 즉 사용자 경험에 기반을 둔 전략을 가져야 기업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관점을 확대해보면, ‘사람’ 관점이 됩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술만능주의를 갖고 있습니다. 기술이 적용되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 것이죠. 물론 일정 정도 기술은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앞서 예를 든 자율주행 자동차를 다시 언급해볼까요?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지면, 우리는 무조건 이 자동차를 사용할까요? 아무리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전적으로 기술을 믿을 수 없기에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적용해야 합니다. 매우 드물겠지만, 자율주행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서 알고리즘대로 작동이 되어야 하는데, 자동차에 탄 탑승객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그 차를 타겠습니까? 나와 내 가족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있을 때, 이 차가 많은 보행자를 구하기 위해 내 차를 위험에 빠트리게 프로그래밍이 된다면 이 차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자율주행 자동차가 생각처럼 쉽게 상용화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입니다.
스마트시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적으로 대단한 무언가를 설치한다고 그 안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행복도 그만큼 증가할까요? 오히려 시민은 화려한 기술보다는 잔디가 깔려 있고, 맑은 물이 흐르며, 우리의 아이들과 반려동물이 함께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요? 정치인과 행정가는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선호합니다. 그들은 실적으로 자랑하기 쉽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안에서 사는 시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것이 바로 사용자 경험입니다. 사용자 경험은 기술을 적용하는 데 처음이자 끝입니다.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교수님께서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4차 산업혁명이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거시적이어서 잘 와 닿지 않는다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 책은 우리가 사는 공간을 중심으로, 공간에 스며든 기술과 이 공간에 채워질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 책의 내용은 철저하게 현실을 기반으로 합니다. 아무리 멀게 잡아도 2025년 전에 벌어질 일을 사람 또는 사용자 관점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책은 오롯이 기술을 어려워하는, 그러나 미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고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변해가는 사회상을 이해하려는 독자라면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은 각자의 분야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구체적으로 전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이 자신의 삶과 일,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해 단지 5년 만이라도 앞서서 파악한다면, 어떤 측면에서든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변혁의 흐름에 휩쓸리는 것이 아닌, 변혁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의 적절성 여부는 계속 논쟁해야 하지만, 이 용어가 내포하는 의미는 의심할 여지없이 인류사적 문제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2019년 다보스포럼의 키워드는 다시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이었습니다. 대체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술의 발전은 선형적인 것이 아니어서 현재의 추세로 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틀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가령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전 분야에서의 혁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정반대로 파괴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혹자는 인공지능 때문에 많은 직업이 없어진다고 불안해하고, 혹자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혁신적인 효율성으로 인해 인간이 일하지 않아도 별문제 없이 살아갈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예측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의 보급을 예측한다면, 자연스럽게 로봇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 해결 방안으로 기본소득제도 논의해야 합니다. 하나의 혁신 사례가 사회에 채택될 경우 발생 가능한 다양한 변수를 사전에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재 우리 사회가 겪는 택시 문제와 같은 진통을 사안마다 겪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발생 가능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될 것입니다. 미래는 이미 와 있습니다. 단지 모두에게 와 있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미래를 한 걸음 앞서 경험해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