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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형 가상현실로 여는 2017년

2016.12.20. [테크 트렌드] ‘체감형 VR방’으로 여는 2017년. 한경비즈니스

연말이 다가오면 각각의 분야에서 다음 해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전망치를 제시하기도 한다. 어느덧 2016년도 12월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테크놀로지와 관련해서 2016년에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미디어를 꼽으라 하면 단연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일 것이다. 2017년에 가상현실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 수 있을까? 현재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사례를 통해 2017년 대한민국의 가상현실 산업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먼저 아케이드 게임장, 즉 오락실의 변모이다. 약 20년 전만 하더라도 동네 곳곳에 있었던 오락실은 PC방의 인기와 더불어 쇠퇴의 길을 걷게 됐는데, 콘솔게임과 모바일 게임시장이 날로 커지면서 이제는 오락실을 찾기가 힘들 정도가 됐다. 그러나 가상현실에 대한 인기는 다시 아케이드 게임장의 부활을 가져올 것이다. 금년에 이미 VR방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게임물 등급 문제 때문에 확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법적 문제 해소로 2017년부터는 많은 곳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VR방은 2015년 8월에 호주 멜버른에 개장한 제로 레이턴시(Zero Latency)의 VR방이다. 동시에 6명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이 VR방은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게임방과 차별점을 갖는다. 백팩 형식으로 제작된 컴퓨터와 이와 연결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VR 헤드셋, 진짜 총과 동일하게 만든 총을 들고 팀 동료들과 함께 직접 이동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움직임을 포착하는 129개의 플레이스테이션 아이(Playstation Eye) 카메라가 천장에 달려있어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고, 안전장치가 확보된 넓은 공간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멜버른을 시작으로 일본의 동경, 스페인의 마드리드, 미국 플로리다에 설치가 됐고, 내년에는 펜실바니아와 위스콘신 등 전 세계 곳곳에 설치가 확대될 예정이다.

제로 레이턴시의 VR방이 사용자가 마음껏 움직이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을 살렸다면, 상하이에 위치한 Star Core는 전통적인 오락실의 모습을 한 VR방이다. 고정된 장소에서 특정 가상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Star Core는 앞으로 도시 곳곳에 설치될 VR방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아직은 체험방 형식이라서 약 만오천원(80RMB)으로 네 개의 단계로 구성된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가상현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360도로 회전 가능한 의자에 앉아서 360도 환경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행동 인식 센서를 통한 사용자 움직임 기반 가상현실, 그리고 조이스틱을 활용한 슈팅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세 종류의 가상현실 엔터테인먼트는 대규모 VR방에서 한꺼번에 제공하거나 아니면 각각의 가상현실을 소규모 VR방에서 제공하는 식으로 동네 곳곳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초기 대규모 투자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위의 세 종류 중에 하나만 제공하는 식으로 범용 VR룸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VR방의 확산을 통해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s: HMD)와 콘텐츠 판매 이득을 보고자 하는 시도도 보인다. HTC는 대만에 바이브랜드(VIVELAND)라는 VR방을 만듦과 동시에 아케이드용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바이브포트 아케이드(Viveport Arcade)를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개발자가 아케이드용 게임을 만들 수 있고, 아케이드 사업자는 원하는 게임을 편리하게 찾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자사의 HMD인 바이브를 대중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VR방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가상현실 기기가 개인이 구매하기에 고가라는 점에 있다. 가상현실을 제대로 즐기려면 PC기반 HMD를 사용해야 하는데, HMD 자체의 가격은 가장 대표적인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가 66만원($599) 그리고 HTC 바이브가 88만원($799) 정도이지만, 콘텐츠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카드(GPU)를 장착한 컴퓨터가 필요하다. 즉, HMD와 함께 컴퓨터도 새로 장만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 사양의 컴퓨터 가격이 최소 200만 원 정도 들기 때문에 가정에서 가상현실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가상현실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기기가 단지 HMD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VR방이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이다. 콘트롤러(controller)라고 불리는 액서세리를 양손에 쥐고 게임이나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며 즐길 수 있는데, 이 콘트롤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고성능화될 것이기에 비용의 문제가 생긴다. 더 나아가 버츄(Virtuix)에서 만든 버츄 옴니(Virtuix Omni)나 사이버리스(Cyberith)에서 만든 버츄얼라이저(Virtualizer)는 바닥에 런닝머신(treadmill)과 같은 달리기 장치를 해서 사용자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그만큼 몰입감이 높아지지만 가격의 부담도 심해진다. 기기의 가격도 비싸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한 것도 VR방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PC방이나 극장, 쇼핑몰, 대형마트까지 모두가 VR방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테마파크이다. 테마파크에서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인데,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법과 새롭게 가상현실 전문 테마파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새롭게 가상현실 전문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은 초기 비용이 수익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시설을 활용해서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테마파크에서 활용 가능한 가상현실 경험 중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것은 가상현실이 적용된 롤러코스터이다. 가상현실을 롤로코스터에 적용한다는 의미는 롤로코스터의 움직임에 따라 HMD에서 보는 가상현실이 정확히 일치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롤로코스터가 위에서 아래로 하강할 경우에 HMD에서도 마찬가지로 떨어지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경사지며 올라가는 경우에는 영상에서도 동일한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영상이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롤로코스터의 전체 경로를 정확하게 가상현실에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렵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단순히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 영상을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결국 사용자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상을 제공할 때 어떻게 스토리텔링화할 것인가는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독일에 있는 유로파 파크(Europa Park)는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롤로코스터로서 2015년 9월에 첫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전체 경로를 가상현실에 적용해서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까지는 성공적이었으나, 롤로코스터의 즐거움을 영상에서 구현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콘텐츠가 탑승객의 유혹할 만큼 정교하지 못해서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가상현실 롤로코스터로 가장 유명한 곳은 미국의 유명한 테마파크인 식스 플랙스(Six Flags)인데, 이곳은 특히 다양한 롤로코스터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금년에 삼성의 기어VR을 롤로코스터에 부착시켜 ‘The New Revolution’이라는 이름의 가상현실 롤로코스터를 만들어서 큰 관심을 끈 바 있는데, 장장 천미터가 넘는 트랙 길이에서 회전과 뒤틀기 등 다양한 방식의 레이싱을 통해 가상현실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상현실의 내용은 미래의 도시에서 외계인이 도시를 침략하는 이야기로 설정되어 있는데, 롤로코스터를 타는 시간동안 마치 우주선을 타고 외계인과 싸우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국 내에서는 애틀랜타와 텍사스, 로스앤젤레스 등 9개 도시에서 설치를 완료했고, 내년에는 멕시코에 있는 식스플랙스에서도 설치할 예정이다.

영국의 알톤 타워(Alton Towers)도 갤럭티카(Galactica)라는 우주여행 롤러코스터를 운용하고 있다. 우주여행을 하며 행성을 탐험하는 내용인데, 실제로 롤로코스터를 타면서 경험하는 움직임이 가상현실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일치하게끔 올라갔다 내려가고, 회전하거나 뒤틀리는 실제 경험이 그대로 HMD에서도 구현하게끔 재생되기 때문에 몰입감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역시 삼성의 기어VR을 활용하고 있다.

VR방과 달리, 롤로코스터에 삼성 기어VR을 공통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첫째 삼성 기어 VR이 모바일 기반 HMD라는 점 때문에 소니 PS VR처럼 콘솔시스템이나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반 VR의 한계가 고성능의 가상현실 환경 재현이 힘들다는 점인데, 롤로코스터에 적용함으로써 이를 자연스럽게 극복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 기어VR은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가속센서, 자이로센서, 나침반센서, 근접센서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성능 면에서도 뛰어나고, 머리를 움직일 때 영상이 늦게 따라옴으로 해서 발생하는 문제(head tracking latency)도 해결할 수 있으므로 더욱 적절한 기기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결과는 전통적인 놀이기구가 기어VR이라는 새로운 기기를 활용해서 스토리텔링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새로운 기술만 제공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설도 기술과 스토리텔링 적용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설로 변모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기존의 시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가 2017년에도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많이 소개될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므로 더욱 즐거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소비자 친화적인 미디어 환경을 제공하고, 적절한 가격과 서비스로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한다면 2017년은 우리나라에서 가상현실 콘텐츠를 수익화할 수 있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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