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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승부의 숨은 재미, 테크놀로지

2018.07.08. [광장] 월드컵 승부의 숨은 재미 `테크놀로지`. 디지털타임스


다시 생각해도 짜릿하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세계 랭킹 1위 독일 대표팀을 꺾다니. 그것도 월드컵에서 말이다.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넘는 시청자가 보는 월드컵 경기에서 독일을 이겼다는 것은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다. 앞으로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독일에게 거둔 대한민국의 승리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이번 승리의 보이지 않는 일등 공신은 비디오 판독(Video Assistant Referee: VAR) 시스템이었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4명의 심판진과 4명의 비디오 판독관 등 총 8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어 33대의 카메라에서 전해지는 영상을 통해 득점이나 페널티킥 결정, 레드카드, 그리고 선수를 구별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우리에게 한 번의 슬픔과 한 번의 기쁨을 주었다. 1차전이었던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원래 주심은 반칙으로 선언하지 않았었는데, 스웨덴 감독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을 하게 됐고, 그 결과 아슬아슬하게 발의 접촉이 있어 페널티킥으로 첫 골을 허용하게 된 것이다. 비디오 판독기만 없었더라도 실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생긴 사건이었다.


반면 독일 전에서는 정반대로 비디오 판독 결과로 인해 잃었던 득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득점을 했지만 부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가 된 것이 결국 비디오 판독으로 다시 득점을 인정받아 승리의 결정적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부터 시작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승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도구가 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비디오 판독 외에도 몇 가지 눈여겨 볼 기술이 있다. 독일전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는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우리 선수들은 독일전에서 교체 선수를 포함해서 총 14명의 선수가 118km를 뛰는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다. 독일이 115km를 뛴 것에 비하면 3km를 더 뛴 것이고, 한국이 스웨덴전에서 103km, 그리고 멕시코전에서는 99km를 뛴 것에 비하면 각각 12km와 16km를 더 뛴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활동량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행동측정 시스템(Electronic Performance & Tracking Systems: EPTS)의 덕분이다. 두 대의 광학 추적 카메라는 선수와 공의 위치를 추적함과 동시에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 심박동과 같은 웨어러블 생리학 측정기는 선수의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각 팀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하는 세 대의 태블릿 PC를 관중석 스탠드와 벤치 그리고 의료팀에서 갖고 있으면서 선수 상태를 파악하고 경기 전략을 마련한다. 태블릿에는 선수의 활동량과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스탠드에 있는 전략 분석가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벤치에 있는 코치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기 영상을 잘 보면 벤치에 있는 코치 중 한명이 헤드셋을 끼고 태블릿을 보고 있는데, 그 코치는 스탠드에 있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기술분석관인 가르시아 에르난데스 코치의 전략 분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위치 데이터와 패스, 스피드, 태클, 심장박동 수와 같은 선수들의 물리적 정보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치밀한 전략 분석이 더욱 빛을 발한다.


한편 프랑스는 호주와의 예선전 경기에서는 골라인 테크놀로지(Goal-Line Technology: GLT)라고 하는 골 판단 여부를 결정짓는 기술의 덕을 톡톡히 봤다. 프랑스의 포그바는 후반 36분 상대 골키퍼를 넘기는 슈팅을 했고,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근처에 떨어져 골키퍼가 안전하게 두 손으로 잡았다. 포그바를 비롯한 프랑스 선수들은 골이라며 주심에게 두 팔을 흔들었고, 손목에 낀 시계를 잠시 본 주심은 곧 골을 선언했다.


골라인 테크놀로지는 각 골대 뒤편에 7대씩 총 14대의 초고속 카메라가 측정한 정보를 통해 골 여부를 결정한다. 주심이 차고 있는 시계에 1초 내로 득점 여부가 전달되는데, 120km/h 빠르기의 공이 0.06초 만 골라인을 통과해도 득점으로 판독할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함을 갖고 있다.


코치는 헤드셋을 끼고 태블릿을 보며 작전을 구사하고, 주심은 손목에 찬 웨어러블을 통해 득점 여부를 확인하고 비디오를 보며 득점 상황을 면밀하게 다시 살펴본다. 스포츠에 각종 테크놀로지가 결합됨으로써 승부는 더욱 치열해졌다. 경기를 하다 말고 주심의 판정을 기다리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우리 팀이 혜택을 볼 경우에 그처럼 극적인 순간도 없다. 월드컵에서 승인한 테크놀로지가 경기의 즐거움을 증가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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