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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실감미디어 콘텐츠

2016.09.07. ‘실감 미디어 시대’ 스포츠 VR 중계부터 범죄 발생 지역 안내까지. 한경비즈니스

360도 동영상이 가상현실? 미디어 업계에서는 시청자가 마치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 같은 실감 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3DTV나 HDTV, 그리고 UHDTV와 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소개해 왔다. 실감미디어라 불리는 이러한 미디어의 기술적 발전은 최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로 인해 업계는 물론 일반 사용자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가상현실과 관련된 산업은 막대한 비용이나 실제 대상물을 활용하기 힘든 현실 때문에 실제와 같은 가상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우주 산업이나, 군사, 그리고 의료 분야 등에서 오랫동안 개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의 ‘기어 VR’이나 골판지로 만든 ‘카드보드'를 통해 일반 사용자 역시 이를 경험할 기회가 빈번해졌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들은 가상현실 관련 앱을 다운로드 받음으로써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무료뿐만 아니라 유료 콘텐츠가 소개되면서 콘텐츠 장르나 범위 역시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가상현실 관련 콘텐츠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용어의 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대중의 관심을 받아서인지 가상현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등 유사하게 보이는 용어가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 기사나 전문가의 글에서도 혼합현실을 증강현실과 가상현실보다 발전된 단계로 설명하거나, 360도 동영상을 가상현실이라고 언급하며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고 있어 일반인들이 이를 이해하는데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말 그대로 현실과 비슷하게 가상의 것을 만들어 낸 환경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완전한 상태로 몰입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100% 가상으로 만들어진 세계이다. 증강현실은 혼합현실과 비슷한 개념인데, 학술적인 의미로써 증강현실과 혼합현실은 구분돼야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일반 독자들은 그 의미를 동일하게 사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증강현실이므로, 증강현실을 통해 그 의미를 파악하자면 증강현실은 현실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대상물이 함께 제공되는 환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고’가 그 한 예이다. 가장 혼란스럽게 사용하는 용어는 360도 동영상인데, 이것은 앞서 가상현실의 정의에서 살펴보았듯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의 세계가 아니므로 당연히 가상현실이 아니다. 360도 영상은 말 그대로 360도 파노라마 영상을 의미할 뿐, 360도 카메라를 통해 찍은 동영상에 ‘VR’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상현실 콘텐츠로 유망한 분야, ‘게임’과 ‘어트랙션’ 가상현실 콘텐츠가 인기를 끌 수 있는 분야로는 역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은 이미 가상현실 기술의 주요한 타깃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어 가장 많은 콘텐츠가 소개되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용인 ‘이브: 발키리(EVE Valkyrie)’, ‘불릿 트레인(Bullet Train)’, ‘더 클라임(The Climb)’ 등은 가상현실 게임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플레이스테이션용 가상현실 게임인 ‘섬머레슨(Summer Lesson)’은 모든 게이머의 기대를 받고 있는 대표작이다. 미국의 유명 테마파크인 ‘식스 플랙스(Six Flags)’는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통해 미국 내 다수의 테마파크에 ‘가상현실 롤러코스터’를 서비스하고 있고 이를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영국 테마파크인 ‘소프 파크(Thorpe Park)’ 역시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와 제휴를 통해 가상현실 어트랙션 ‘VR Ghost Train’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HTC의 바이브(Vive)가 사용될 예정이다.

가상현실 게임은 인디 개발자나 소규모 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대다수일 정도로 아직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이런 면에서 밸브(Valve)사의 스팀(Steam)은 큰 장점을 갖추고 있다. 스팀에서 지원하는 플랫폼은 윈도우, 맥, 리눅스 등 세 개의 주요 운영체제를 모두 지원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까지 지원함으로써 가상현실 플랫폼으로서의 자리까지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거대 플랫폼에서 인디게임들은 사장되는 반면, 스팀은 인디게임에 친화적인 시스템으로 가상현실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써 이점을 갖고 있다. 또한, 스팀은 바이브와의 사업적 제휴로 인하여 경쟁 플랫폼보다 압도적인 양적 우위를 통해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강화를 시도하며 게임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임물 관리 위원회’의 등급 심의 때문에 상업용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게임물 자율심의 확대법’으로 인해 내년부터는 큰 문제없이 ‘VR 게임방'과 같은 상업용으로도 제공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증강현실과 360도 동영상 콘텐츠 증강현실은 전용기기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에서 즐길 수 있다. 2014년에 제한적이나마 판매되었던 구글 글래스(Google Glass)가 대표적 기기이며, 최근 소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가 대중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전용기기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통해 증강현실 앱을 다운로드 받음으로써 편리하면서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포켓몬 고’가 대표적 사례이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보다 기술적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낮고, 스마트 폰의 경우 GPS, 카메라,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어서 증강현실을 구현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전달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우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고, 다양한 결과물을 높은 수준으로 제공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많은 서비스가 제공 중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신라역사여행'이나 문화재청의 '고궁박물관', 경상북도의 '경북나드리', 그리고 창원시청의 '창원관광’은 이미 2011년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 전자 상거래, 기업용 앱 등에도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소개된 대표적인 콘텐츠를 보면, 2016년 4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서 성공적으로 펀딩에 성공한 ‘큐리스코프(Curiscope)’는 티셔츠에 마킹한 코드를 읽음으로써 몸속 장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교육용 증강현실 앱을 소개했고, 별자리를 소개해주는 교육용 앱인 ‘스타 차트(Star Chart)’, 문신을 새기는 데 도움을 주는 앱인 ‘잉크 헌터(Ink Hunter)’, 곳곳에 메시지를 남기고 이를 찾는 ‘왈라미(WallaMe)’, 범죄 발생지역을 안내해주는 ‘스팟크라임(SpotCrime)’ 등 많은 종류의 증강현실 앱이 선보이고 있다.

360도 동영상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근래 들어 가장 활발한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미국의 넥스트VR(NextVR)은 스포츠 분야의 360도 동영상 제작업체로 가장 앞서있는데, 폭스 스포츠(Fox Sports)와의 파트너쉽을 통해 NBA와 미식축구, Nascar 등의 경기를 360도 영상으로 생중계를 하고 있고, 2014년 가을에는 컴캐스트(Comcast)와 타임워너(Time Warner)가 포함된 투자자로부터 약 3천만불이 넘는 투자를 받은 바 있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프로야구 경기를 가상현실 방송으로 중계방송을 한 적이 있다. 3월 26일과 27일에 열린 KT위즈의 시범경기에서 1루와 3루, 그리고 포수석에 설치된 가상현실 촬영용 카메라 3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해서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있는 앱을 통해 감상하는 방식으로 ‘기가 VR' 생중계 방송을 한 바 있다. 이처럼 스포츠와 연계해서 방송사 역시 가상현실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대중 가수의 콘서트나 뮤직비디오도 활발한 분야인데, 2015년 5월에 선보인 아비치(Avicii)의 ‘Waiting For Love’는 세계 최초의 인터렉티브 뮤직비디오로 평가받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가 ‘Bad’라는 곡을 360도 동영상으로 만들며 공식 뮤직비디오로 선보인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보급형 카드보드 HMD를 구독자에게 배포하고 360도 동영상 앱을 통해 360도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일보가 첫 360도 동영상 기사를 제공한 이래로 가칭 가상현실 저널리즘이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기반 스타트업인 버지(Verge)는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의 인터뷰를 360도 혼합현실 동영상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동영상과 이미지, 그래픽, 인포그래픽스 등 다양한 기법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증강현실 영상이 정보 전달로도 훌륭한 역할을 함을 보여준 바 있다. BMW는 자동차 업계로는 처음으로 컴퓨터 게임 산업에서 사용되는 장비만으로 구축한 증강현실 시스템을 차량 개발에 도입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차량 개발 초기 단계에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으며, 변경 사항을 빠르게 적용하여 테스트할 수 있었다.

성공여부의 핵심은 역시 콘텐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그리고 360도 동영상이 갖는 혁신성과 호기심으로 인해 최근에는 이러한 콘텐츠가 기업의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산타클로스 애니메이션을 만든 코카콜라(Coca Cola), 해피밀 박스를 카드보드형 가상현실 기기로 만든 맥도날드(McDonald), 가상현실 영상으로 자사의 신차(XC90)를 테스트 드라이브할 수 있게 만든 볼보(Volvo), 신혼부부를 위해 멋진 허니문여행지를 구경할 수 있는 텔레포터(Teleporter)를 만든 매리어트(Marriott) 호텔 등의 동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콘텐츠의 양적 성장은 결국 질적 성장을 견인하게 되고 가상현실 생태계를 이루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아직 콘텐츠 시장의 준비가 미비한 데 비해 시장의 기대수준이 높고, 하드웨어 발전 속도가 콘텐츠 제작 또는 유통 속도보다 지나치게 빠른 것에 비추어 보아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으나, 콘텐츠 업계에 몰려드는 투자금이나 분야의 확장성을 보았을 때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가상현실 관련 콘텐츠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현재 디스플레이에 구현되는 영상 콘텐츠와 관련된 시장은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TV, 모니터, 모바일 기기 등 디스플레이에서 재생되는 영상 콘텐츠 분야는 이론적으로 모두 적용 가능하다. 또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가상현실 시장의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가상현실 롤러코스터’처럼 현존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가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의 투자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가상현실 콘텐츠의 적용 가능성은 우리가 예상하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결국, 킬러 콘텐츠 또는 웰메이드 콘텐츠가 시장에 얼마나 공급되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실감미디어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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