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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교육,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2015.10.14. [디지털산책] 코딩 교육,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디지털타임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자신의 사고 과정을 보여주는 거울로써 사용할 수 있고, 사고하는 법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주창한 바 있다(Steve Jobs: The Lost Interview, 2011). 사고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에서 배우는 것과 동일한 과정이며, 코딩 교육을 인문학으로 간주하여 모든 사람이 1년 정도는 코딩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논리적 사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코딩의 장점을 설명한다. 그런데 사실 잡스의 이 말은 학문적으로 봤을 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논리적 사고력과 인문학적 능력은 뇌의 전혀 다른 영역에서 관장하는 분야이므로 교육과정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교 교육심리학과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다중지능 이론을 통해 인간의 지능은 음악 지능(musical intelligence), 신체운동 지능(bodily-kinesthetic intelligence), 논리수학 지능 (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 언어 지능(linguistic intelligence), 공간 지능(spatial intelligence), 인간친화 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 그리고, 자기성찰 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 등 다양한 지능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우리가 코딩을 얘기할 때 주로 논리적 사고력에 대한 발달 과정을 얘기하는데, 아쉽게도 뇌 영역의 분석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을 비롯 영국과 프랑스가 속한 EU, 에스토니아와 핀란드가 있는 북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코딩 수업을 선택 과목에서 필수 과목으로 선정하며 모든 사람들이 코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들 나라가 시행하는 코딩교육 역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코딩이 논리적 사고력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전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코딩을 바라보는 교육적 기반의 문제가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2014년 기준 17개 주가 컴퓨터 과학교육 강화를 위해 기초 수학과 과학을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선정한 반면, 텍사스를 비롯 워싱턴과 켄터키 주 등은 제 2외국어 대신 코딩 교육을 선택하는 전혀 다른 결정을 했다. 즉 17개 주 교육청은 코딩 교육을 논리수학 지능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그리고 다른 주들은 언어 지능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코딩에 사용되는 언어가 일종의 외국어라는 시각은 코딩을 외국어 학습과정으로 다가서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코딩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배우는 교육방식을 따라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제 2외국어와 같은 언어를 배우는 교육방식을 따라야 할 것인가?

최근 코딩과 뇌의 활성화 영역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2014년에 발표된 한 연구(Siegmund, Kästner, Apel, Parnin, Bethmann, Leich, Saake, & Brechmann, 2014)에 따르면 프로그래머들이 코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fMRI를 활용해 뇌분석을 한 결과가 보고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코딩은 언어와 관련된 뇌영역을 활성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언어 처리 과정이 프로그램 이해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연구 결과는 작업 기억과 문제해결 뿐만 아니라 언어활용 기법 훈련이 코딩 교육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함의를 제공한 것이다. 물론 단 한번의 연구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뇌의 활성화 영역이 비슷하다는 점은 코딩과 언어 영역이라는 상관성을 추정가능하게 한다.

국민대학교는 2015년 신입생부터, 그리고 성균관대학교는 2016년 신입생부터 전공과 관계없이 코딩을 필수 교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 2018년부터 초등학교에서는 17시간을 실과 과목의 일부로, 중학교에서는 34시간을 '정보'라는 이름의 독립 필수과목으로 코딩 교육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에서도 일반선택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모든 사람이 코딩을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코딩 수업이 계획되어 있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다는 점이다.

잡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딩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동료인 워즈니악(Steve Wozniak)에 따르면 잡스는 코딩이나 디자인 작업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에 대해 바꾸고, 변화시키며, 무엇인가를 더하고 빼는 기술에 능하다고 했다. 코딩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코딩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에 직관과 경험을 녹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언어철학자인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The limits of my language mean the limits of my world)”라고 말하며, 언어가 갖는 중요성을 명제로써 표현한 바 있다. 코딩 선진국이 고민하지 않았던 코딩 교육과정에 대한 면밀한 준비를 통해 실질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성과를 기대한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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