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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 활성화의 걸림돌

2015.06.17. [디지털산책] 사물인터넷 활성화의 걸림돌. 디지털타임스

지난 11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디지털 시대의 기술융합정책’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필자는 ‘사물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는데, 필자의 발표와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그리고 심영섭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토론 내용을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사물인터넷의 중요성은 이제 더 이상 강조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널리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디지털산업의 발전에 따라 늘 따라붙는 얘기이지만, 새롭게 창출되는 기술을 따르지 못하는 현존하는 정책과 법률은 혁신의 창조와 확산을 방해한다.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며, 신산업에 대한 가치 및 기대는 높이 평가되지만,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된 법제도 기반은 미비하기 때문이다.

ICT 영역에서 규제원칙은 규제의 순발력 확보와 국제적 규제형평성 존중, 그리고 규제의 완결성 제고를 들 수 있다. 얼마 전 구글에서는 무인자동차의 사고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구글이 이렇게 무인자동차 운행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12년 네바다주에서의 무인자동차 운전면허증 발급과 2014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도로주행 허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무인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다. 규제의 순발력은 서비스의 빠른 구현과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우버(Uber)'가 한국에서 사업을 중단했다. 이유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우버코리아를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없이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을 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과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 등의 법령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 없이는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지도와 위치정보에 대한 규제가 매우 심하다. 이러한 예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관련법이 만들어질 때 법규의 완결성이 부족할 수 있기에, 각 부처 그리고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완성도 높은 법률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쉽게도 사물인터넷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ICT 규제원칙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사물인터넷을 위한 특별법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특별법이 만능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존하는 법제도에 대한 재고(再考)이다. 2011년 '산업융합촉진법'과 2013년 'ICT 특별법' 등도 융합 신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가령 네거티브 시스템 원칙 규정과 신속처리제도 및 임시허가 제도를 명문화했지만, 실제로 단 한 건도 실행된 적이 없다. 또한 실질적으로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하나의 서비스에 관계되는 법률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정작 사업자들은 어떤 법에 관련되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발생 가능한 서비스들이 어떤 법률에 연관되는지에 대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규제개선에 대한 제언을 할 경우 또는 법률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의 질의에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모니터링 시스템 하나만 갖추어도 이해관계자는 진행상황을 알 수 있고, 해결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질의 또는 제언 사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가시화된 진행상황도를 보여주고, 신속처리 시스템을 통해 접수 후 일정 시간 안에 답변이 이루어지게 하는 등의 일정 시간 내 처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이러한 간단한 시스템조차 갖추어져 있지 못하기에, 업체는 기술개발과 제도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총리 산하의 ‘정보통신 전략위원회’와 ‘정보통신 활성화 추진 실무위원회’는 사물인터넷 산업 증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고질적인 부처 간 칸막이에, 칸막이 규제와 칸막이 행정을 해결해야 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는 부재하다. 사물인터넷 시대는 한 단어로 '연결(connected)'로 정의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비연결(disconnected)'된 법률체계와 부처 관계 그리고 사람으로는 사물인터넷을 맞이하기 요원하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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