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미디어 시대의 도래, TV에서 인공지능까지
1. 들어가며
실감미디어 시대이다. 실감미디어는 사용자가 마치 직접 경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미디어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실감미디어는 실제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인간의 다차원적 감각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 다차원적인 실감미디어는 다양한 형태의 요소 정보를 통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며, 인간의 오감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다양한 형태로 융합된 미디어 정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고성능 네트워크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실재감(實在感)과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양한 기술 발전으로 정보화 시대에 들어선 지금, 인간은 정보화 시대와 산업의 흐름에 따라 컴퓨터들과 다양한 종류의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광범위한 정보가 빠른 속도로 전달되어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고 있다. 실감미디어는 다양한 감각에 전달되는 정보를 생성, 처리, 변환, 전송, 재편하는 기술의 발달로, 미디어로써 융복합적 성능과 함께 매개성이라는 특징이 더욱 더 부각되며 사용자의 오감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실감미디어는 현실세계와 근접하게 재현가능한 차세대 미디어이며, 상대적으로 더 나은 현실감과 표현력을 제공함으로써 기술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방송, 영화,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와 컴퓨터 그래픽, 디스플레이 그리고 응용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실감효과를 위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오감효과, 동작인식 등의 기술은 4D 영화관, 게임, 테마 마크 혹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급격하게 성장한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스마트폰 시장에 의해 다양한 실감미디어 서비스들이 출현하고 서비스되고 있다. 실감미디어 분야는 오락 및 영화 등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비롯하여 통신, 교육, 의료, 군사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확장성과 시장성 때문에 미래의 혁신 산업(next big thing)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감미디어 분야에서 특히 가상현실은 2016년 시작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대상이 되었으며, 양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하드웨어를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하드웨어의 새로운 소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로 빛나는 실감미디어 시대
증강현실은 2020년, 가상현실은 2025년 정도는 되어야만 지금 우리가 자연스럽게 TV를 보듯 그야말로 ‘실감나게’ 증강현실과 가상현실과 같은 실감미디어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포켓몬 고’와 같은 세계적으로 히트할 수 있는 콘텐츠가 간간히 나올 것이고 전반적으로는 서서히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2020년까지 가상현실보다 증강현실이 더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기술적 적용이 상대적으로 증강현실이 더 수월하다는 점과, 널리 보급된 모바일 기기에 증강현실이 자연스럽게 적용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스마트 폰의 경우 GPS, 카메라,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기기의 특성으로 인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앱 가격으로 인해 전달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우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고, 다양한 결과물을 높은 수준으로 제공가능하기 때문에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는 산업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 범위가 매우 폭넓기 때문이다. 단지 엔터테인먼트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의료, 군사, 교육, 커뮤니케이션 등 적용 분야가 다양하고 실제로 각 분야에서도 성공 확률이 적지 않아 보인다. 가령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렌즈를 통해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혁신사례를 보여준 것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2D, 3D 시각화 모델링 솔루션을 제작하는 오토데스크(Autodesk)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협업 과정에 홀로렌즈를 도입해서 활용 중이고,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Case Western Reserve) 대학과 클리브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에서는 의료 교육에 홀로렌즈를 활용하기 위한 마치 진짜 같은 인체의 3D 이미지를 제작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항공 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 볼보(Volvo), 아우디(Audi), 에어버스(Airbus)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혁신적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홀로렌즈를 활용하고 있다. 홀로렌즈가 산업용 시장의 확대를 꾀하는데 반해,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는 소셜 가상현실(Social VR) 경험 확대를 통해 페이스북 사용자의 락인(lock in: 다른 제품 또는 서비스로 이동을 막는 것)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상현실의 미래를 소셜로 보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데, 이는 소셜 활동의 공간으로 가상현실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또한 이곳에서 광고와 같은 마케팅과 커머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측하게 한다.
또한 이미 거대시장으로 발전한 다중채널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MCN)의 주요한 콘텐츠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일반인들이 제작과 유통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360도 동영상에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부가 정보를 입히기만 하면 증강현실 콘텐츠로 제공될 수 있으니, 누구라도 360도 카메라를 들고 파노라마 영상을 찍고 편집만 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전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구매를 하는데 부담이 없을 정도로 싸야 한다는 점과 사용 시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미 20~40만 원대의 풀 HD(full HD)나 4K 지원 360도 카메라가 소개되고 있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무료 편집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으니 제작을 하는데 비용과 난이도는 큰 문제는 아닐 듯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40만 원대의 보급형 360도 카메라인 ‘리코 세타 S(Ricoh Theta S)’를 구매해서 360도 동영상을 촬영한 후, 이 카메라 회사가 제공하는 앱에서 편집을 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360도 동영상을 지원하는 플랫폼에 업로드하기만 하면, 영상 촬영에서 공유까지 간단하게 끝나는 것이다.
3. 360도 동영상은 가상현실인가?
이렇게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기는 하지만 걱정스러운 점도 많다. 단편적인 예를 몇 개 들어보면, 먼저 용어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가 시발점이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등이 무분별하게 혼재되어 사용된다. 360도 동영상이 가상현실로 소개되며 지상파 방송사가 가상현실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선다는 뉴스도 소개된다. 이러한 용어가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미디어가 각기 다른 시장 지향성을 갖고 있고, 이러한 이유로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포괄하는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산업분야가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영국의 투자은행 디지-캐피탈(Digi-Capital)은 전 세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관련 시장규모 전망을 2016년에는 약 5조 5천억 원(50억 달러), 그리고 2020년에는 약 165조 원(1,500억 달러)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실감미디어 시장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로만 분석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뿐만 아니라 혼합현실과 360도 동영상을 포함하는 실감미디어 시장 전체를 망라하고 있다. 이렇게 전문가 보고서에서도 용어에 대한 이해가 부정확한 현실이다.
보고서에서는 증강현실이 가상현실보다 급속도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2020년에 증강현실 산업은 약 132조 원(1,200억 달러) 그리고 가상현실 산업은 약 33조 원(300억 달러)으로 예측함으로써 4배에 달하는 시장 규모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서, 증강현실과 관련된 사업 분야는 하드웨어, 전자상거래, 데이터 비즈니스, 음성통화, 영화/TV 프로그램, 기업용 앱, 광고, 소비자용 앱, 게임, 테마파크 등 다방면에 걸쳐 전개될 전망이며, 특히 새로운 방식의 전자상거래인 증강현실 커머스(AR-commerce)도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가상현실 관련 사업 분야는 그 규모 순으로, 게임, 하드웨어, 영화, 테마파크, 니치 마켓(군사, 의류, 교육) 등이며, 게임이 전체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대중의 관심을 받아서인지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등 유사하게 보이는 용어가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뉴스 기사나 전문가의 글에서도 혼합현실을 증강현실과 가상현실보다 발전된 단계로 설명하거나, 360도 동영상을 가상현실이라고 언급하며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고 있어 일반인들이 이를 이해하는데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말 그대로 현실과 비슷하게 가상의 것을 만들어 낸 환경을 의미한다. 가상현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세계(synthetic world)와 몰입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밀그램과 키시노(Milgram & Kishino, 1994)는 가상현실을 ‘사용자가 완전한 상태로 몰입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100% 가상으로 만들어진 세계’라고 정의했다. 가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재현물이 얼마나 현실과 유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사용자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경험을 하게 된다. 기술의 발달은 가상세계를 단지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가상현실 속에 구현된 것들과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든다. 가상현실은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사용자가 새로운 경험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구현된 시뮬레이션과는 구분된다.
가상현실 방송이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영상은 현실을 촬영한 영상이다. 즉, 가상이 아니다. 다만, 기존의 영상이 평면이었다면, 이 영상은 360도로 촬영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360도 동영상이 가상현실인가의 여부는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같다. 스마트폰에서 360도 동영상을 제공하는 앱을 살펴보면,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MBC가 ‘MBC VR’, 해외에서는 뉴욕타임스의 ‘NYT VR’, 디스커버리의 ‘Discovery VR’ 등이 있는데, 이들은 360도 동영상을 제공하지만 ‘VR’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360도 동영상을 만드는 영상 제작사와 영상 플랫폼, 360도 카메라를 판매하는 기업 그리고 언론사와 방송사에서도 360도 동영상을 가상현실이라고 얘기하며 사용자를 헷갈리게 한다. 360도 동영상이란 말 그대로 한 대 또는 몇 대의 동영상 카메라를 이용하여 360도 각도로 동시에 촬영한 영상을 말한다. 일반적인 영상과의 유일한 차이점은 기존에는 카메라 한대로 전면부만 촬영이 가능했다면, 360도 동영상은 말 그대로 360도를 촬영한 영상이라는 점뿐이다. 결론적으로 360도 동영상은 가상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무의미한 듯하다. 360도 동영상이 가져다주는 생생하면서도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감동 때문일까? 현재 방송영상 시장에서는 가상현실이라는 표현이 360도 동영상과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가상의 것을 모두 포함한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의 보급이 늘어가며 360도 방송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360도 동영상이 산업적인 차원에서 큰 관심을 못 이끄는 듯하지만, 해외의 경우 360도 동영상 제작업체인 전트(Jaunt)나 넥스트VR(NextVR) 등 점차 많은 기업들이 미디어 기업과 손을 잡고 대규모 투자금 확보를 통해 스포츠, 게임, 라이브 공연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스포츠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경기의 흐름을 전달하기 위해 360도 동영상을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야 중 하나이다. 미국의 넥스트VR은 스포츠 분야의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업체로 가장 앞서있는데, 폭스 스포츠(Fox Sports)와의 파트너쉽을 통해 NBA와 미식축구, 내스카(Nascar) 등의 경기를 360도 동영상으로 생중계를 하고 있고, 2014년 가을에는 컴캐스트(Comcast)와 타임워너(Time Warner)가 포함된 투자자로부터 약 3천만 불이 넘는 투자를 받은 바 있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대학농구 NCAA의 4강전(Final Four) 경기 중계방송이다. 2016년과 2017년 봄에 360도 동영상으로 중계된 이 경기들은 생동감 있는 영상을 위해 84대의 카메라가 투입되어 현장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고자 했다. 360도로 즐기기 위해서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경기당 1.99달러인 실버티켓은 코트사이드에서 촬영된 180도 시야각을 지원하고, 2.99달러인 골드티켓은 모든 카메라를 이용하여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프로야구 경기를 360도 동영상 방송으로 중계방송을 한 적이 있다. 2016년 3월 26일과 27일 양일에 걸쳐 열린 KT위즈의 시범경기에서 1루와 3루, 그리고 포수석에 설치된 360도 동영상 촬영용 카메라 3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해서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있는 앱을 통해 감상하는 방식으로 ‘기가 VR' 생중계 방송을 한 바 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것으로 유명한 넷플릭스가 가상현실에 관심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넷플릭스는 그간 360도 동영상이나 가상현실과 같은 차세대 디지털 콘텐츠 포맷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 듯했으나, 인기 드라마인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의 차기 시즌을 360도 동영상으로 만들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소니픽쳐스는 노키아의 360도 카메라 ‘Ozo’를 활용해 이미 생방송을 시작했다. 소니픽쳐스 이벤트에 실제로 참석하기 어려운 팬들을 대상으로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위해서 360도 라이브 방송을 했다. Ozo의 경우, Oculus Rift VR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재생할 수 있고, 8대의 카메라 영상을 빠르게 전환하는 360도 동영상 생방송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360도 동영상을 만드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각각의 렌즈로 촬영된 다수의 영상을 360도인 화면 하나로 만드는 스티칭(stitching) 작업이 필요한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노키아는 바로 이러한 스티칭 작업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 소니픽쳐스의 생중계를 돕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역시 라이브 방송을 위해 UFC, X-Games와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VR Live Pass’라 불리는 서비스를 기어VR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데, 실시간 스포츠 및 음악 이벤트를 무료로 전세계 45개국에 제공하고 있다.
4. 가상현실의 기술 발전과정
증강현실도 그렇지만, 가상현실 역시 기술개발과 동시에 용어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그 기술이 만들어낸 제품 이름만 존재했고 후에 이러한 특징을 갖는 기술군을 통칭해서 정의하게 됐다. 가상현실의 원류는 1961년에 특허를 신청한 그 유명한 센소라마(Sensorama Stimulator)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만든 헤이리그(Morton Heilig)는 센소라마를 ‘경험 극장(experience theater)’이라 부르며 다양한 감각적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미래의 극장으로 설명했다.
이즈음 가상현실 기술이 곳곳에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엥겔바르트(Douglas Engelbart)는 증강연구소(Augmentation Research Center)를 만들면서 컴퓨터 입출력 시스템과 인터페이스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1968년에는 서덜랜드(Ivan Sutherland)가 혼합현실용 투시형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see-through HMD)를 처음 만들었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야 가상현실이라는 용어가 래니어(Jaron Lanier)에 의해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고, 1983년에 크루거(Myron Krueger)는 그가 만든 비디오플레이스(Videoplace)라는 랩에서 실행해왔던 상호작용 몰입환경에 관한 내용의 인공현실(Artificial Reality)이란 책을 발표하며 가상현실 연구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전의 연구들은 요즘 정의하는 가상현실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혼합현실에 가깝거나 가상현실 기술의 기반이 되는 일반적인 기술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런 의미에서 가상현실의 정의와 가장 가까운 시스템은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만든 우주인 훈련용 HMD 시스템인 바이브드(VIrtual Visual Environment Display: VIVED)라고 할 수 있다. 가상현실 시스템을 NASA에서 개발한 것은 가장 적합한 적용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우주라고 하는 미지의 곳을 처음 방문하는 우주인에게 가상의 경험을 부여함으로써 성공적인 임무를 완수하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HMD 뿐만 아니라 마이크와 헤드셋 그리고 장갑까지 연결되어 있어 상호작용을 하는데도 최적화되어 있어 가상현실이라는 정의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는 HMD의 종류가 구분될 정도로 다양한 기기기 쏟아지고 있다. 먼저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몰입형 HMD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스마트폰 기반의 몰입형 HMD(smartphone-based immersive VR HMD), 콘솔 기반의 몰입형 HMD(console-based immersive VR HMD), 그리고 컴퓨터 기반의 몰입형 HMD(PC-based immersive VR HMD) 기기이다.
이들 기기는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하드웨어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 것이며, 각 HMD의 예를 살펴보면 스마트폰 기반은 삼성전자의 기어 VR(GEAR VR), 콘솔 기반은 소니의 PS4 VR, 그리고 컴퓨터 기반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그리고 증강현실의 경우는 투시형 HMD(see-through HMD)로 호칭할 수 있는데, 이는 증강현실의 특성상 현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투과 형식을 띄는 것이다. 이에 속하는 대표적인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기기 가운데 HTC 바이브의 경우는 가상현실과 혼합현실을 모두 즐길 수 있게 설계되었는데, HTC 바이브는 비록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완전 몰입형 기기이지만 기기의 외부에 카메라가 있어 이를 통해 현실을 촬영하여 몰입형 디스플레이에 띄움으로써 가상현실용이지만 혼합현실을 함께 즐길 수도 있게 개발되기도 했다.
가상현실이 최근에 급성장한 영역이다 보니, 제작, 유통, 소비 시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3D 산업의 실패를 답습하게 될지, 아니면 이를 반면교사로 한 성공적인 시장을 열지 결정될 것이다. 가상현실 또는 360도 동영상을 만드는데 있어 새롭게 요구되는 영상문법에 대한 고민이 오래 지속된다면, 사용자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질 것이다. 3D 영상이 그랬듯 가상현실 역시 사용자 관점이 아닌 제작자와 공급자 위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실감미디어 시장은 무엇보다도 사용자 중심의 시장 확대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5. 마치며: 실감미디어의 미래
알파고 이후로 인공지능은 매우 보편적인 단어로 사용된다. 크게 유행하고 있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 때문인지 어느 분야건 인공지능을 얘기하지 않는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다. 방송영상 분야도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을 피할 수 없다. 방송영상 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 분야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시청자 분석까지 전 영역에 걸쳐 있다. 시청자 분석 데이터의 활용으로 유명한 넷플릭스의 사례로 이미 시청자 행동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은 이미 논의의 필요성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단지 사용자 분석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음성을 기반으로 한 CG 제작을 한 영상이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음성으로부터 입모양을 동기화시키는 기술을 소개했다. 그들이 선보인 기술은 동영상을 통해 소개되어 일반인이 전율을 느낄 정도의 놀라움을 선사했는데, 오바마 전대통령의 특정한 연설을 다양한 오바바의 영상에서도 똑같은 입모습으로 연설을 하는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A라는 영상에서 오바마가 B라는 내용의 말을 했는데, A가 아닌 어떤 오바마의 영상에서도 B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입모습을 동기화시켜 보여준다. 이러한 기술은 활용 가능성은 영상 산업에서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만화의 경우 입모양을 자연스럽게 맞춰주어 시간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3D 그래픽으로 제공되는 가상현실 환경을 구현하는데 최적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 편집의 대표 사례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들 수 있다. 왓슨은 2016년 9월에 공포 영화 ‘Morgan’의 예고편을 만들었는데, 기존에 상영된 100여 편의 공포 영화 예고편을 학습한 결과였다. 배우의 표정과 화면 전환 효과 및 속도, 그리고 배경 음악 등의 요소를 각각 데이터화 한 뒤 그 요소들을 조합한 영상을 제작한 후, 전문가인 사람의 평가를 받으면서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가상현실 환경을 만들기 위해 드는 막대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으니 콘텐츠의 확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사용자의 만족도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가상현실을 즐기기 위해 사용자 경험에 기반을 둔 최적 환경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인가는 가상현실 시장 확산의 핵심이 될 것이다. 가상현실의 정의에 따르면, 결국 핵심은 몰입할 수 있는 그리고 가상의 대상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특히 이러한 최적 패러미터 값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상환경에서 대상물의 움직이는 속도를 조절하고, 대상물을 배치하고, 깊이감을 부여하는 것 등은 모두 휴먼팩터(human factor)에 기반을 두어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시점의 자유도나 대상물의 크기, 빛과 그림자의 배치, 시각 사실도(visual fidelity) 등 사용자가 콘텐츠를 360도로 자유자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각 대상물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디스플레이 화면 크기나 해상도의 증가로 정교한 작업이 필수적이며, 엄청난 정보량 때문에 렌더링 시간의 증가와 같은 비용이 발생되므로 이를 전반적으로 고려한 적절한 균형 등 기존의 제작법과는 다른 새로운 제작기법이 요구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상현실의 핵심은 몰입감과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사용자가 몰입하기 위해서 디스플레이에서의 재현이 자연스러워야 함과 동시에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은 기본이고, 사용자 시점의 자유로운 이동을 고려해서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기획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이끌 수 있는 철저한 기획이 필요하다.
가상현실에 대한 사용자의 관심이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지만, 3D 영상이 그랬듯 가상현실 역시 사용자 관점이 아닌 제작자와 공급자 위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가상현실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서 정작 사용자는 빠져있다. 기기 제조업자와 콘텐츠 제작자, 마케팅 에이전시, 언론사 등의 관심은 지극히 크지만 정작 사용자의 목소리는 단지 호기심 어린 탄성만 소개된다. 우리는 이미 3D 영상산업의 실패를 바로 몇 년 전에 경험한 바 있다. 새로운 산업으로서 가상현실을 그 돌파구로 삼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까 걱정이다.
그래서일까? 오큘러스 리프트를 인수한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CEO인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한 독일 신문과의 인터뷰(Döpfner & Welt, 2016, 2, 28)에서 가상현실의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Reference 마이크로소프트, https://www.microsoft.com/microsoft-hololens/en-us/commercial-suite 비메오, https://vimeo.com/166807261 워싱턴 대학교 뉴스 페이지, http://www.washington.edu/news/2017/07/11/lip-syncing-obama-new-tools-turn-audio-clips-into-realistic-video/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Sensorama#/media/File:Sensorama-morton-heilig-virtual-reality-headset.jpg. Author: Minecraftpsyco. CC BY-SA 4.0 이현지, 정동훈, '게임 디스플레이 종류와 안경착용 여부에 따른 영상의 인지된 특성, 프레즌스 그리고 피로도의 차이', 방송공학회논문지, 17권 6호, 2012 Milgram, P., & Kishino, F. (1994). A taxonomy of mixed reality visual displays. IEICE TRANSACTIONS on Information and Systems, 77(12), 1321-1329. Döpfner, M. & Welt, D. (2016, 2, 28). Mark Zuckerberg talks about the future of Facebook, virtual reality and artificial intelligence. Business Insider. Retrieved from http://www.businessins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