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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한 기술 전시장 ‘CES 2018’

2018.01.16. [디지털산책] 코 앞에 다가온 `스마트 시티`. 디지털타임스

매년 이맘때쯤이면 전세계가 들썩거리는 행사가 열린다. 51주년을 맞은 ‘소비자 가전 전시회(이하 CES)’ 이야기다. 가전이라고는 하지만, 전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면 가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온갖 종류의 테크놀로지를 모두 다루는 세계 최대의 기술 전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흥미로운 것은 CES를 주관하는 협회의 이름을 보면 기술의 혁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단편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CES는 ‘소비자 기술 협회’에서 주관하는데, 협회가 처음 시작한 1924년에는 ‘라디오 제조사 협회’, 1950년에는 ‘라디오-텔레비전 제조사 협회', 1957년에는 ‘가전 산업 협회'였다. 1995년에 이르러 처음으로 소비자라는 이름이 들어간 ‘소비자 가전 제조사 협회', 1999년에 ‘소비자 가전 협회'로 바뀐 후, 2015년에 현재와 같은 ‘소비자 기술 협회’가 된 것이다.

CES를 주관하는 협회의 이름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 이유는 바로 이름 속에 두가지 중요한 가치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시대를 반영하는 대중적 혁신 기술의 흐름이다. 처음에는 라디오로 시작해서 이후 텔레비전, 가전, 그리고 기술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사용자 타켓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보여준다. 1920년대에는 라디오가 대중과 가장 가까운 혁신 기술로 존재했고, 이후 텔레비전과 가전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으로 ‘소비자 가전(CE)’이란 용어가 급변하는 정보기술(IT)의 혁신을 나타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생활과 밀접한 가전제품과 서비스가 주요 산업 분야와 연계해 발전한다는 판단으로 이름을 가전(electronics)에서 기술(technology)로 바꾼 것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기술로 확대됐다는 의미는 공간과 시간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제 집이라는 공간을 넘어서 내가 머무는 그 어느 곳이라도 자유롭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세계가 열린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기술을 마치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가습기를 틀며, 가스렌지를 사용하는 것처럼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제조사’에서 ‘소비자’로 대체 된 주인공의 이름은 사용자 중심주의라는 파라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산업화를 통해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초기에는 제조사 중심의 실용적 가치가 중시된 산업 환경이 주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넘는 풍요의 시장에서는 소비자는 더 이상 제조사의 철학을 따를 필요가 없어졌다. 소비자는 수많은 제품 중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용자 중심의 감성과 가치 기반 제품이 시장에서 환영받게 됐다. 인간중심과 경험중심의 가치기반 시장으로 변모된 것이다.

금년 CES에서도 볼거리와 얘기거리가 풍성했다. ‘CES 2018’의 주제는 '스마트 시티'였다. 작년 CES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스마트홈'의 연결성(connectivity) 개념이 금년에는 도시로 확장된 것이다. CES를 주관하는 ‘소비자 기술 협회'에 따르면 ‘스마트 시티’는 에너지, 빌딩, 이동성, 정부 서비스, 시민 참여, 의료 보건 등의 사회적 인프라가 통합되어 말 그대로 ‘스마트'하게 제공되는 도시를 말한다. 그렇다면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기술이 현재 그리고 향후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것인가?

먼저 모든 것을 연결시키는 5G 통신 기술이 기반이 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사물을 연결시켜야 하고, 또한 빠른 반응 시간과 수없이 존재하는 기기에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술적으로 ‘스마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소비자는 ‘스마트 하지 않은 존재'로 간주 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굳이 알지 않아도, 행동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시될 것이다. ‘CES 2018’에서도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의 ‘어시스턴트’ 외에도 삼성전자의 '빅스비'와 LG전자의 '씽큐(ThinQ)'가 소개되며 큰 관심을 끌었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가전제품 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와 자동차 등에 탑재됨으로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활용될 것이다.

또한 도시라는 개념으로 확장된 ‘스마트’는 물리적 공간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교통수단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 길 위에서 보내는 헛된 시간, 비효율적인 연료 낭비 등을 제거할 수 있는 무인자동차는 그래서 각광받는 산업이 될 것이다. 특히 무인자동차가 사용자 친화적 기기가 되기 위해서 인공지능의 적용은 필수적이다. 금년에 공식적으로 처음 참석한 구글이 ‘어시스턴트’를 적용한 '안드로이드 오토'를 소개하고,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인 ‘오로라(Aurora)’와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인텔이 모빌아이 아이Q5(Mobileye EyeQ5)칩이 결합된 새로운 자율주행 차량용 플랫폼을 소개하는 것은 바로 친사용자 기반의 무인자동차를 상용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기술을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발전된 도시를 의미하는 ‘스마트 시티'. 무엇보다도 ‘스마트 시티’가 가져 올 가장 큰 이점은 시민들이 행복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진정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기술 중심 시대에 인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함을 ‘CES 2018’은 보여주고 있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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