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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캐릭터, 열 회사 안 부럽다

2018.05.02. [테크 트렌드]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 한경비즈니스

지난 4월 4일부터 6일까지 일본 도쿄에서는 콘텐츠 분야로는 일본 최대의 전시회이자, 컨퍼런스인 ‘콘텐츠 도쿄 2018’이 개최됐다. 2017년에 1,418개의 전시 업체와 36개국에서 38,746명의 관객이 참석했던 것에 비해, 금년에는 1,540개의 전시 업체와 약 4만 8천명의 관객이 참석할 정도로 성장속도가 매년 급증하는 있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박람회다. 원래 이 박람회는 캐릭터 라이선싱을 전문으로 하는 콘텐츠 라이선싱 박람회였다. 캐릭터 라이선싱이란 캐릭터에 지적 재산권이라는 배타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캐릭터를 이용한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한편,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로 시장 범위를 넓혔다. ‘콘텐츠 도쿄 2018’의 경우 콘텐츠 라이센싱과 관련된 제작, 배급, 마케팅 등 콘텐츠 전반을 다룰 뿐만 아니라, 이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과 같은 실감미디어와 인공지능 분야를 아우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실제로 이번 ‘콘텐츠 도쿄 2018’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업체가 300여개 그리고 실감미디어 관련 업체가 150여개 이상 참여할 정도로 콘텐츠의 확장이 눈에 띄었다.

캐릭터 라이선싱 관련 비즈니스를 전문으로 하는 박람회를 통해 향후 캐릭터 라이선싱이 어떻게 진행될지 요약하면, ‘확장’, ‘연계’, 그리고 ‘기술’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사례를 찾아보면 대표적으로 국내 메신저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들 수 있다.

최근 발표를 보면, 2015년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분사한 ‘라인 프렌즈’와 ‘카카오 프렌즈’는 불과 2년 만에 연매출이 각각 1,000억 원에 육박했다. ‘라인 프렌즈’는 2015년 341억의 매출액에서 2017년에는 918억 원으로 배 이상 뛰었고, ‘카카오 프렌즈’는 2015년 103억 원에서 2017년 976억 원으로 2년 새 열 배 가까이 뛰었다. 영업이익률이 25.9%에 달해 모회사의 8.4%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높다.

메신저 서비스 업체가 이렇게 캐릭터 사업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은 메신저에서 제공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져다주는 친밀감과 이에 따른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충성도의 결과이다. 2017년 말 기준 카카오톡에서 이용자들이 매달 주고받는 이모티콘 수가 약 20억 건인데, 이는 2012년 월평균 4억 건에 비해 약 5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이모티콘 판매 초기인 2012년만 해도 280만 명에 그치던 누적 구매자 수는 2017년 약 1,700만 명으로 늘었다. 당시 480종에 그치던 이모티콘 상품 수는 그동안 5,500여종으로 증가했고, 웹툰, 웹소설, 이모티콘이 함께 집계되는 카카오 기타 콘텐츠 매출은 2017년 3분기에만 455억원을 기록했다. 눈여겨볼 것은 분기마다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신저 서비스가 가진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CMC)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가상공간에서 문자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은 비언어적 또는 물리적 단서의 부재로 대인관계 형성과 발전에 부적합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메신저 사용자는 이모티콘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모티콘은 캐릭터로 진화하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메신저 서비스사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바로 이러한 점을 잘 파악했고, 전 세계로 국경 없이 유통되는 비즈니스 플랫폼 환경에서 ‘라인 프렌즈’와 ‘카카오 프렌즈’는 모바일 콘텐츠를 통해 오프라인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매출액도 성장세이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2018년 4월말 기준으로 네이버는 국내 주요 백화점과 번화가에 20개의 ‘라인 프렌즈’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중국, 일본, 대만, 홍콩, 태국, 미국 등 해외에도 26개의 매장을 여는 등 약 50여개의 매장에서 자사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카카오 프렌즈’ 역시 국내에만 22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추후 이를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콘텐츠 도쿄 2018’에서 보여준 국내 업체의 활약상은 향후 국내의 캐릭터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지 잘 보여준다. 1,540개의 전시 업체 중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한 ‘라인’은 콘텐츠 라이선싱 분야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라인 캐릭터를 상징하는 ‘라인 프렌즈’ 중 하나인 ‘브라운’이 손님을 맞이했는데, ‘브라운’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 5분 이상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전시회 내내 인기를 독차지했다. 또한 성공적인 수출 성과도 눈에 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이 박람회에서 약 1,993만 달러(한화 213억 원 상당) 규모의 수출 계약을 달성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다. 세계 3위의 라이선스 강국인 일본에서 이루어낸 의미 있는 결과이다.

캐릭터 산업은 이제 실감미디어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캐릭터 라이선싱은 단순히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개발로 인한 시장성을 좌우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홀로그램으로 공연하는 사이버 가수인 하츠네 미쿠가 좋은 예이다.

하츠네 미쿠는 2007년에 야마하가 만든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보컬로이드)인데, 이후 캐릭터로 만들어져서 게임,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하츠네 미쿠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0년 열린 홀로그램 공연 때문이다(정확히 말하면 현재 홀로그램이라고 말하는 것은 홀로그램이 아닌, 가짜 또는 유사 홀로그램(pseudo hologram)이다). 하츠네 미쿠는 밴드가 연주하는 라이브 반주에 맞추어서 스크린을 통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한다. 158 센티미터의 키에 42 킬로그램인 그녀는 영원한 열여섯 살로 존재하며, 2018년에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미국의 주요 도시 6군데와 멕시코시티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팔로워가 2백 4십만 명을 넘고, 유튜브 구독자는 50만을 넘는 세계적인 스타인 하츠네 미쿠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보컬로이드가 캐릭터로, 그리고 캐릭터가 사람처럼 진화한 한 사례를 보여준다.

2017년 초,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이 인수한 ‘게이트박스(Gatebox)’는 동일한 이름의 홀로그램 홈 로봇을 만드는 회사다. ‘게이트박스’는 인공지능 비서로 홀로그램 캐릭터를 통한 서비스를 하는데, 인공지능 비서로 채용(?)된 주인공은 새롭게 개발된 아즈마 히카리라는 캐릭터이다. 이후 캐릭터 라인업을 확대해서, 앞서 소개한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와 일본에서만 500만부 이상의 판매를 거둔 만화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의 주인공인 아라가키 아야세를 채용했다. 인공지능 기반 홀로그램 홈 로봇을 만드는데 유명 캐릭터를 사용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한 현명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생각해보라. 내 말을 알아듣는 인공지능 비서가 내가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이라니! 대화가 즐겁고, 무엇인가 실수를 해도 용서할 것 같지 않은가? 캐릭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서비스는 즐거움과 실용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게이트박스’는 앞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게 홀로그램 캐릭터 라인업을 다양하게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캐릭터 라이선싱 비즈니스는 전통적으로 산업의 다각화를 통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와 멀티 플랫폼(multi-platform) 전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캐릭터가 가진 인기를 바탕으로 타 산업으로 어떻게 ‘확장’하고 ‘연계’하며, 지속적으로 소개되는 새로운 ‘기술’과 접목할 수 있을지 캐릭터 산업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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