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댓글이 민주주의다
2018.05.04.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터넷 댓글이 민주주의다. 서울경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다른 구성원들과의 밀접한 교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퍼트남(Putnam)은 경제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 외에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유무형의 혜택에 대한 논점을 제시한 바 있다.
사회 자본의 형성과 유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개인과 개인 그리고 사회와의 상호작용이고,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영향력을 주고받는다.
디지털의 발전은 미디어 혁신을 이끌었고, 미디어 산업의 빅뱅과 함께 사용자에게 새로운 미디어 경험을 선사했다. 텔레비전 시청자는 모바일 사용자로 바뀌었고,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 받았던 미디어 수용자는 이제 시공간을 초월해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미디어를 소비하는 적극적 사용자로 변모했다. 온라인 뉴스를 읽고 반론을 포스팅하고, 유튜브를 보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댓글로 남기는 시대가 됐다. 여론을 형성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등장한 것이다.
포털의 뉴스댓글 규제는 이러한 사회 자본 형성에 반하는 정책이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1,770억 개의 모든 트윗을 저장하고 분류했다. 당대의 생활양식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트윗을 통해 현대 사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은 포털 댓글에도 적용 가능하다. 언론만 여론이고 댓글은 포풀리즘이다? 또는 뉴스 사이트 댓글은 되고, 포털 댓글은 안 된다? 댓글의 사회 자본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디지털 맹아적이면서도, 반사용자적 발상이다.
또한 포털 뉴스댓글 규제는 초법적 발상이다. 댓글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실명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전원 일치로 위헌을 선고한 바 있다. 전 세계에 포털의 댓글 서비스 제공 자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사례는 없다. 아웃링크든 인링크든 댓글 운영 방식은 비즈니스 모델이고, 문제가 발생되면 형법이나 민법으로 처벌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통제와 조작이다. 정보를 통제하고 조작하려는 시도는 그것이 인터넷이건 언론이건 잘못된 것이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언론과 국회이다.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38개국 중 37위를 한 우리의 언론. 국민을 상대로 한 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늘 꼴찌를 한 우리의 국회. 포털의 강력한 영향력을 운운하는 언론 권력과 정치 권력은 그 영향력을 온전히 그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포털 댓글이 없어져야 할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가?
포털 댓글 문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사용자 관점의 위조 댓글 방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댓글 한도와 공감 수, 작성 간격 등을 조정함에 있어 미봉책이 아닌 사용자 연구 결과와 같은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 둘째, 포털의 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 매크로 댓글과 같은 기술적 조작은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론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대책과 상시적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포털의 사회적,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저널리즘 가치를 유지하고 여론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뉴스, 댓글 장사’라는 치욕스런 불명예를 벗어야 한다. 동시에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포털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독일 연방법원은 구글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의 인격권 침해 판결을 내렸고, 에스토니아에서는 독자가 포스팅한 모욕적인 댓글에 대해서 인터넷뉴스 포털사이트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현재의 정보통신망법에 적시된 포털의 면책 조항은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
일반 대중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전파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다. 언론도 여론이고, 댓글도 여론이며, 언론이 민주주의라면, 댓글도 민주주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발생한 디지털 이슈를 벽에 대자보를 붙이던 70년대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커뮤니케이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