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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기를 빛낼 비디오 판독 기술

2018.06.07. [사이언스프리즘] 월드컵, 축구와 과학이 만난다. 세계일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참가하는 ‘2018 FIFA 월드컵’이 6월 14일부터 7월 15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스포츠와 과학 기술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기력 향상은 물론 시청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기술이 이번 월드컵에서는 어떤 활약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술은 비디오 판독(Video Assistant Referee: VAR) 시스템이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2015년 국제축구평의회가 승인을 한 후, 2016년 3월에 시범 도입되었고, 성인 월드컵에서는 이번에 최초로 사용된다.

전적으로 인간의 오감에 의존했던 축구 경기 판정에 전자기술이 도입된 것은 2012년 클럽월드컵에서 선보인 골라인 테크놀로지(Goal-line Technology)가 처음이다. 120km/h 빠르기의 공이 0.06초 만 골라인을 통과했어도 득점으로 판독할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함을 갖고 있어 그동안 많은 경기에서 톡톡히 그 역할을 했다. 이 기술은 테니스, 배구, 야구 등 다양한 경기에서도 인간의 판정에 내재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오심에 의한 잘못된 판정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돼 왔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시스템은 경기장의 심판과는 별도로 한 명의 주심과 세 명의 부심 등 네 명의 비디오 판독관이 한 팀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모두 FIFA 공식 경기 심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또한 영상을 즉시 재생할 수 있는 네 명의 영상 전문가가 추가로 배치되어 비디오 판독을 위한 카메라의 최적각도를 제공한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니라 VOR(Video Operation Room)라고 불리는 통제실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는 모스크바에 있는 국제방송센터에 설치될 예정이다. 총 64경기가 열리는 12개 경기장에서 촬영된 영상은 광네트워크를 통해 VOR에 전송되고 축구장에 있는 주심과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주심은 정교한 광네트워크 무선 시스템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게 된다.

매 경기마다 총 33대의 카메라가 중계방송을 위해 설치될 예정인데 비디오 판독관은 이 모든 카메라 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중 여덟 대는 수퍼 슬로우 모션(super slow-motion) 그리고 네 대는 울트라 슬로우 모션 (ultra slow-motion)용 카메라인데, 수퍼 슬로우 모션 카메라는 4Kp60 해상도에서 최대 120fps를, 그리고 울트라 슬로우 모션 카메라는 4K 해상도 1,000fps를 지원한다. 1fps가 1초에 촬영되는 사진이 한 장인 것을 의미하니, 울트라 슬로우 모션 카메라는 4096X2160 해상도로 1초에 최대 1,000장의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화질 영상으로 순간을 포착할 수 있으므로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득점, 페널티 결정, 레드카드, 그리고 선수 구별과 같은 네 가지 상황에서 경기장에 있는 주심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비디오 판독 팀에 있는 네 명의 심판 중에 한 명은 오프사이드만 전담할 정도로 오프사이드는 특별하게 관리한다. 그동안 사람에 의한 오프사이드 판정이 많은 논란을 일으킨 결과이다. 오프사이드 전담 심판은 두 대의 오프사이드 전용 카메라 영상을 바탕으로 시야각, 렌즈 왜곡(distortion), 구장의 굽은 정도(curvature) 등 많은 요인을 고려한 가상의 오프사이드 선을 통해 판정을 하게 된다. 작은 오차도 없애기 위해, 매 경기 전 보정을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경기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의미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심판의 경기 운영 방식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선수는 흐름이 끊겨 경기력이 저하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이다. 정확한 판정에 환호할 것인지, 경기 진행의 방해를 불평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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