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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나러 갑니다>

2018.05.18. <이제 만나러 갑니다> 채널A 시청자마당. (337회)

4월 27일에 있었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바꿔 놓은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미디어에서는 매일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평화 무드를 전달하고, 시민들은 서울에서 출발해 평양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꿈만 같은 일이 벌어져 흥분되기도 하지만, 한편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남과 북이 너무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에 70여년이 넘게 지속된 분단의 간극을 어떻게 메꿀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이런 남북간 해빙 무드에 돋보이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2011년부터 8년째 방송되며, 종합편성채널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이제 만나러 갑니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민으로부터 북한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북한에 대한 남한 사회의 오해와 편견을 깨며 남과 북의 화합을 모색합니다. 북한을 이해하는데 예능의 형식으로 재미까지 더하니, 종합편성채널의 예능 장르에서 늘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많은 장점을 가진 이 프로그램의 일등공신은 역시 출연진입니다. 매회 열 명이 넘는 탈북민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전해줍니다. 게다가 이들은 북한에서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일반 시민이었기 때문에 전하는 이야기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그들은 그저 북한에서 겪은 경험을 말하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시청자는 호기심과 즐거움, 때로는 안스러움까지 다양한 감정 이입을 하게 됩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웃음 못지않게 울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안타까움과 감동이 전달되기도 합니다.

특히 이들의 가족 이야기는 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부모님과 가족과의 이별이 슬프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분단의 아픔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탈북 주민들의 애끓는 심정은 인간이 가진 보편타당한 생득적 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공감 정도를 극대화 시킵니다. 남과 북이 왜 가까워져야 하는지 학습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로 배우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출연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많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의 속성상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마치 북한에서의 일반적인 상황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를 쫒다 보면 내용이 과장되기 마련입니다. 검증되기 힘든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될 때 많은 위험이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십시오. 출연진에게 과장이 가져 올 개인적, 사회적 파장을 늘 주지시켜야 하고, 객관적 사실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될 때에는 다른 정보원을 통해 사실 대조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편집으로 인해 내용 파악이 어려운 것은 또 다른 아쉬움입니니다. 사회자를 포함해서 전체 출연진의 숫자가 20여명에 이르니 이야깃거리가 넘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편집하면서도 이야기를 매끄럽게 연결해야 합니다. 332회에서는 판문점에서 사병으로 근무했던 전문가가 출연했는데 정작 몇 마디 밖에 하지 않았음에도, 마지막에 “전문가 중의 최고의 전문가”로 칭송하며 많은 정보를 전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서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리고 치마 입은 여성을 더 배려해주십시오. 무릎 위로 올라간 치마를 입은 여성 출연자는 손수건 크기의 작은 덮개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어 보는 사람을 민망하고 불편하게 만듭니다.

사람은 경계를 만들면서 동시에 그 경계를 허물기를 욕망합니다. 남과 북은 38선이라는 인위적인 경계를 만들었지만 이제 우리는 그 경계를 허물고자 합니다. 국내 입국 탈북자 수 3만 천명이 넘는 시대.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북한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동훈(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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