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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차의 종말과 전기차의 소리 없는 질주

2018.08.07. [테크 트렌드] 눈앞에 다가온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 한경비즈니스


2025년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2030년 인도. 2040년 프랑스와 영국. 알 듯 모를 듯한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정답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이다.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이들 나라는 자국에서 더 이상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할 수 없다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내연기관 자동차란 쉽게 말해 휘발유나 경유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찬밥신세가 된 이유는 환경오염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원유로부터 증류된 석유제품은 연소할 때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탄화수소 등을 배출한다. 그리고 환경오염이 심해지면 호흡기 질환이나 암을 발생시키고, 오존층을 파괴하며,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 영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대기 오염으로 일 년에 약 4만 명이 사망하고, 약 6백만일 이상의 병가를 초래하며, 사회적 비용이 33조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각 국가에서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많이 소개된 전기자동차나 수소전기자동차가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단 대표적인 자동차이다. 그런데 전기자동차라는 이름이 혼동을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전기자동차는 원래 내연기관이 없이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만 운행하는 자동차를 말하지만, 실제로 출시되는 전기자동차에는 내연기관 엔진이 포함되는 자동차도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그리고 완전 전기자동차(BEV 또는 EV) 등 세 종류로 분류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기자동차는 EV로, 말 그대로 완전하게 전기로만 운행하는 자동차이다. 그래서 EV는 모터와 배터리만 있다. 반면, HEV와 PHEV는 내연기관 엔진을 여전히 장착하고 있다. 즉, 휘발유나 경유를 넣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자동차에는 모터와 배터리뿐만 아니라 엔진과 연료탱크도 필요하다.


운동에너지를 차량 내 배터리에 충전함으로써 저속이나 정속 운행 시 모터가 작동하는 방식인 HEV는 토요타의 프리우스가 대표 선수이다. 그러나 HEV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전기를 직접 충전할 수도 없고 내연기관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에, 엄밀하게 전기자동차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미국은 2018년부터 HEV를 전기자동차 기준에서 제외했고, 영국은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국내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전기자동차 정책을 시행할 때, HEV는 빼고 PHEV와 EV만을 이 범주에 포함시킨다.


전기자동차의 세계적인 흐름은 플러그인 방식이다. 배터리에 직접 충전을 할 수 있는 자동차만을 전기자동차로 인정한다.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PHEV는 진정한 전기자동차의 한 종류로 다룰 수 있다. 오르막길이나 방전 시에는 엔진이 작동하고 대부분은 전기모터로 작동된다. 마지막으로 EV는 순전히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만 모터를 돌리는 완전한 전기자동차다.


일반적으로 전기자동차를 친환경차라고 간주해서 세계 각국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기자동차의 보급을 촉진하는데, 엄밀하게 말해서 전기자동차가 정말 친환경 자동차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연료산지에서 자동차 운행(Well-to-Wheel)까지 전기자동차 운행의 전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고려해본다면 전기자동차가 친환경이라는 주장이 무색해질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연구한 결과 전기자동차가 1km를 주행할 때 온실가스는 휘발유차의 53%, 미세먼지는 92.7% 수준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자동차 자체로는 이산화탄소나 질소 산화물과 같은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지만,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화석연료나 원자력 등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자동차에서만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을 뿐 완전한 무공해 자동차로 정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수소전기자동차(FCEV)는 완벽한 친환경 자동차로 말하기에 손색이 없다. FCEV는 연료전지로 산소와 수소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저장하며, 이 에너지로 모터를 돌린다. 수소를 활용해 자동차에서 직접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유해가스는 전혀 배출을 안 할 뿐만 아니라 수소와 결합하기 위한 산소를 깨끗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고성능 필터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기가 더 좋아질 정도로 완벽한 친환경 자동차이다.


앞서 여러 나라에서 법률로써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종말을 선언하고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또는 지역 차원으로 무공해 자동차의 보급을 촉진시키는 나라도 많이 있다. 가령, 멕시코시티는 2025년부터,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뮌헨은 2030년부터 디젤자동차를 금지할 예정이다. 이렇게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선도적으로 친환경 차를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이지만, 2009년 이래로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중국과 2위 미국을 빼고는 이야기하기가 곤란하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PHEV와 EV만을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는 2017년에 전 세계에서 약 3백만 대가 팔렸고, 이 가운데 중국에서 123만대, 미국에서 76만대가 팔렸다. EV만 따졌을 때 전 세계 110만대의 판매대수 중 중국에서 58만대, 미국에서 28만대가 팔렸다. 전기자동차하면 미국의 테슬라가 가장 유명하지만, EV 판매대수의 90퍼센트는 중국 자동차 회사에서 생산했을 정도로 비야디, 베이징자동차, 지리차,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기업의 EV 기술력은 뛰어나다. 그리고 중국이 친환경차 판매 분야에서 압도적인 이유는 내연기관 퇴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부터 PHEV와 EV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에너지자동차(NEV) 크레딧 의무제를 시행한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3만 대 이상 생산, 판매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는 NEV의 비율을 2019년 10%를 시작으로 매해 2%씩 늘려 2022년에는 16%까지 올려야 한다. 만일 이 비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크레딧을 다른 제조사로부터 사거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2017년 기준 총 2830만 대의 자동차가 팔린 중국은 2022년에는 500만 대가 넘는 전기자동차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오히려 친환경 정책에 역행하고 있으나, 캘리포니아주가 맏형 격으로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도입한 NEV 정책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 중인 ZEV(Zero Emission Vehicle) 정책을 거의 따라한 것이다. 2018년부터 연 2만대 이상 생산기업은 2%를 시작으로 매년 2%씩 증가해 2025년에는 16% 이상의 친환경차를 생산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10개주가 동참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다. 먼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이 없다. 2017년 8월에 처음으로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전면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을 뿐이다. 지역 차원에서 제주도가 2030년 내연자동차 판매중지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을 뿐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조용하다. 다만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 제도로 중앙정부에서 1400만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 300만~1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급증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문제는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주요한 의제가 됐을 정도로 민감하지만, 정작 정부차원에서는 강력한 준비를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현대기아차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HEV, PHEV, BEV는 물론 FCEV까지 모든 종류의 친환경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며 2020년까지 총 31종의 모델을 소개할 예정이란 점이다.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자동차를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또한 자동차 산업은 고용, 생산, 수출 등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유럽, 미국, 중국이 추진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와 친환경 자동차 의무 판매 정책을 현명하게 준비할 혜안이 필요하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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